초등학교 4학년 아이와 점심을 한 적이 있다. 마침 그 집에 앵무새
가 있어 식사도중 새를 보며 이야기를 했다.
"앵무새가 있네요." "언제 저 앵무새가 너보고 앵무새라고 불러달
라고 한적이 있었니?" "없어요." "누가 앵무새라고 했지?" "제가 했는
데요." "그럼 네 입에 앵무새가 있구나?" 그러자 그 아이는 잠시 생각
하더니 "선생님 말씀과 다르네"하고 고민에 빠져 식사마저 하지 않았
다.
말이나 문자는 어디까지나 전달수단이지 사물 그 자체는 아니다.어
느 한새를 앵무새라고 부르는 것은 사회적인 약속일 뿐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말이나 문자가 지시하는 이름이 사물 그 자체라고 오인하고 만
다. 따라서 말과 문자를 사용하는 이상 매 순간 말과 문자에 의한 가
상의 세계가 펼쳐지게 된다.
이 세계는 각각 독립된 존재로 서로 막혀있다. 인간은 물과 다르고
흙, 태양 나무 공간 등과도 전혀 다른 독립체다. 그러나 인간은 물없
이 살 수 없다. 땅이나 나무 같은 자연이 없어도 못산다. 모든 존재는
그물처럼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물에 명칭이 부여될 때
각각의 존재는 서로 관계없이 되어 자신과 세계를 분리시키고 인성과
환경을 파괴해 버린다. 사회가 날로 분화하는 것은 말과 문자가 갖는
속성이며, 그로 인해 불신과 투쟁이 일어난다.
21세기의 가장 큰 문제는 환경이라고 과학자들은 말한다. 총체적
환경오염은 인간의 종말을 가져올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인간과 자연이
상호 의존하며 분리되어 있지 않는 세계를 회복하고 보존하려면 어떻
게 해야 할까? 말이나 문자는 날낱을 가리키는 수단에 불과하다는 것
과 모든 존재는 각각이 아닌 불이임을 자각하는 통찰력이 필요하다.이
러한 통찰력은 신뢰와 베품과 인내를 함축하는 자비와 비폭력처럼 따
뜻한 마음의 실천을 동반할 때 완성된다. 낱낱이 분화하는 정보화시대
에 말과 문자의 한계에서 벗어나 나와 모든 것(자연, 환경 등)이 하나
인 세계를 회복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