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장거리 왕국 케냐.

7일 새벽 남자 3,000m 장애물에서 금-은-동메달을 독식한 뒤 우승
자 윌슨 B.킵케터는 "케냐는 천하무적"이라고 큰소리쳤다.

케냐는 지난 65년 킵쵸게 케이노가 멕시코올림픽서 3,000m와 5,000m
에서 세계기록으로 우승한 뒤 30년 이상 중장거리에서 강세를 보여 왔
다.

같은 아프리카 국가인 에티오피아와 모로코가 아성을 깨기 위해 안
간힘을 다하고 있지만 역부족. 이번 대회에서도 남녀 10,000m 금-은메
달을 포함, 5개의 메달을 따냈다.

케냐는 특히 장애물 경기에서 대회를 보이콧한 76년, 80년을 제외
하고 72년 이후 한번도 올림픽에서 이 부문 금메달을 빼앗기지 않았
다. 세계선수권에서도 91년 이후 4연패.

케냐는 왜 중장거리에 강할까.

군살 한점 없이 쭉뻗은 몸매에다 하체가 긴 케냐인들의 신체적 특
징이 큰 이점으로 작용한다. 케냐인들은 해발 1,600∼3,000m의 고산
지대에서 태어나 생활하는 동안 저절로 육상선수로 만들어진다.

어린이들은 가방을 들고 수십㎞떨어진 학교로 오가며 장애물을 넘
고 강을 건넌다. 장거리 적응력을 높이기 위해 산소가 부족한 고산지
대를 일부러 찾아가는 다른 나라 선수들과 좋은 대조가 된다.

더 결정적인 것은 '육상이 일확천금을 가져다 줄것'이라는 희망을
어린이들이 갖게 됐다는 것. 전근대적인 농업과 목축업을 하며 찢어지
게 가난한 생활을 하는 그들에겐 많은 돈을 벌어들이는 육상선수들이
동경의 대상이다.

모세스 킵타누이, 이스마엘 키루이 등 '부자' 육상 선수들이 모여
사는 지역은 어린이들이 꿈꾸는 미래다. 너도나도 육상을 하겠다고 몰
려드는 것은 당연한 것.

80년대 이후 청소년 육상클럽이 케냐 전역에 급속도로 확산된것도
이 때문이다. 천혜의 자연조건과 가난에서 벗어나고 싶은 욕망이 케냐
육상을 이끄는 원동력인 셈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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