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사고현장에 접근한 괌한인회 부회장
홍승일(50)씨는 "니미츠언덕은 아비규환의 지옥"이었다고 말했다.
괌경찰대 무술사범직을 맡고 있는 홍 부회장은 이날 오전 5시30분 이정재
괌총영사와 함께 니미츠힐에 도착했다.
사고가 난 비행기는 머리 부분이 니미츠힐에 떨어져 있었고 언덕에서 70m
아래쪽으로 움푹하게 들어간 분지에는 동체의 가운데가 완전히 두동강 난
채 흩어져 있었다. 니미츠언덕에서 약 2백m 떨어진 도로에서도 기체 잔해가
발견됐다. 해군병원으로 향하는 이 도로에서는 기체 날개조각으로 보이는
수십 개의 잔해가 발견돼 기체가 저공비행을 하다가 수백m 가량 늘어선
도로변 나무에 차례로 부딪힌 뒤 공중으로 선회하던 도중 니미츠언덕에서
충돌한 것으로 보인다.
시신들은 동체 주변 곳곳에 나뒹굴어 전쟁상황을 방불케 했다. 대부분
안전벨트를 한 상태로 의자에 앉아있는 모습이었으며, 상당수는 기체에서
20∼30m 떨어진 곳까지 튕겨져 나와 있어 추락 당시의 충격을 짐작케 했다.
미군 구조대는 이미 사망한 임신부 승객을 발견한 뒤 태아를 살리기 위해
'긴급' 구호를 외치는 모습도 보였다.
○…미군 구조대는 사고 후 약 4시간이 지나도록 장비가 도착하지 않아
진화작업이 늦어졌다고 홍 부회장은 전했다. 그는 "오전 6시30분
사고현장을 떠날 때까지 미군은 진화작업을 벌이지 않아 두동강난
기체에서는 여전히 불길과 화염이 치솟고 있었다"고 말했다.
사고현장
상공에는 헬리콥터 등 구조장비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돌아다녔지만
소방장비는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홍 부회장은 "동체가 있는 언덕 아래쪽
분지는 사람이 접근할 수 있는 길도 없어 로프를 타고 내려가야 할 정도로
험난한 곳"이라고 말했다.
사고 현장을 둘러본 괌 주의회의 관광위원회 위원장인 알베르토
라모레나(42) 상원의원은 "대한항공 801기의 사고지점인 니미츠 언덕까지
이어진 소드 그래스(Sword Grass)에는 약 반마일 가량 비행기 동체가
땅바닥을 긁고 나간 흔적이 있다"며 "이곳에서부터 비행기가 밀려 나간 후
반대편에 있는 언덕에 부딪혀 크게 부서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라모레나 상원의원은 또 "비행기가 땅에 닿자마자 폭발하지 않은 것은 소드
그래스가 진흙으로 이뤄진 지역으로 동체의 충격을 많이 흡수해서일
것"이라며 "생존자가 있던 이유도 비행기 앞쪽이
부딪치면서 뒤편에 타고 있던 승객들이 비교적 안전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괌메모리얼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14명의 부상자들은
사고현장에서 가까운 괌해군병원에서 1차로 응급진료를 받고 나온 환자들.
가벼운 얼굴찰과상에서 전신 80%의 2도화상까지 다양하나 해군병원의
부상자들보다는 비교적 양호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의 타이온
타이타노 행정담당관(Administrator)은 "얼굴의 찰과상을 입은 17세
일본소녀는 7일 일본에서 아버지가 오는 대로 퇴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환자들의 안전과 비밀보장 문제로 취재진의 접근이 완전히
봉쇄됐다. 이들은 이미 응급치료를 끝낸 채 4층에 있는 각
병동으로 나뉘어 치료를 받고 있다.
한편 메모리얼 병원에 입원한 환자 중 신원을 알 수 없는 2명은 화상환자에
대한 전문치료기구가 없는 관계로 이날 오전 기자단이 타고 온 대한항공
특별기 2801편으로 한국으로 후송될 것으로 알려졌다.
○…18명이 구조돼 있는 것으로 알려진 괌해군병원은 정문에서부터
민간인의 출입을 완전차단, 한국대책본부 관계자들을 당황케 했다. 정문
초병들은 민간인들의 모든 질문에 "모른다"고 답했으며, 후송된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도 "모르겠다고 응답하라는 상부의
지시를 받았다"고 말했다. 괌해군병원에는 당초 19명이 후송되었으나
2명은 도착하자마자 사망한 것으로 파악됐다.
○…대한항공 801기에 있던 블랙박스 2개중 교신용으로 알려진 박스에서
"엔진에 불이 붙었다"는 말이 녹음되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 박스는 6일
오전 7시쯤 현장에서 발견돼 곧장 하와이의 미정부기관으로 보내졌으며, 이
장소에서 이같은 내용이 확인된 것으로 알려졌다.
○…괌에는 이날 오전 국민회의 김명규 의원과 이날 사고비행기에
부부가 함께 탑승했던 국민회의 신기하 의원의 보좌관
김요옥씨 등이 달려와 심이택 대한항공 부사장을 단장으로 하는
대한항공측 사고대책반과 이후 대책을 논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