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이공계 이론분야에 많아…시대한계 넘어 새시대 여는 사람##.


우리나라에서 공부 잘하는 학생들이 가장 많이 모여 있다는 서울
대. 제도권 교육의 '천재'들이 모인 서울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
수들은 천재가 무엇이라고 생각할까.

서울대 물리학과 오세정 교수는 "한마디로 규정 내리기 어려운 문
제"라고 답했다. 서울대의 16개 단과대학이 모두 저마다 다른 학문을
가르치기 때문에 한 가지 유형을 가지고 천재라고 말하기는 곤란하다
는 이야기다. 또 다듬어지지 않은 가능성만 가진 천재적인 사람이 직
관을 통해 자신만의 독창적 세계를 열고 그것을 실험이나 연습으로 증
명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천재를 한마디로 정의내리기는
어렵다.

"자연과학에서도 실험 물리학이나 화학, 생물학등 실험을 통해 자
신의 이론을 입증해야 하는 분야에서는 나이 어린 천재가 나오기 힘듭
니다. 수학이나 이론 물리학에는 어린 나이에 천재가 나옵니다. 특히
수학은 가우스로 시작하는 천재 계보가 있을 정도입니다."(물리학과
오세정 교수).

●이공계 실험 계통은 상대적으로 어려워.

하지만 여기에 반론도 있다.

"천재라고 하는 유명한 수학자들 가운데 어린 나이에 그 진가를 발
휘한 사람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도 지속적인 교육 결과다. 결
국 교육 없이 천재성 하나만으로는 천재가 만들어지지 않는다." (수학
과 강석진 교수).

여러 교수 이야기를 종합하면 서울대 교수들이 꼽는 천재 스타일은
대개 4가지 정도다. 크게 이공계 이론 계통, 이공계 실험 계통, 인문
사회과학 분야, 그리고 예체능 분야로 나눌 수 있다. 크게 나눈 이 네
가지 분야는 직관과 노력의 비율에 따라 조금씩 서로 다른 이상적인
천재형을 갖고 있다.

이공계 이론 계통은 전통적으로 천재의 주무대로 알려진 곳. 수많
은 수학자들에게 열등감을 안겨준 가우스로부터 두뇌만 살아 있는 천
재 물리 학자 스티븐 호킹에 이르기까지 단 한 시간의 강의에서도 천
재들의 영향력을 벗어날 수 없는 분야다.

지금도 미국 미시건 대학의 루스 로렌스 박사 같은 수학자는 16세
에 박사학위를 받고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이 분야에서
도 반짝이는 천재성만으로는 천재가 탄생하기 어렵다. 미국 예일대에
서 루스 로렌스 교수와 같이 공부한 한 교수는 "부모가 옆에서 거의
내내 쫑아다녀 학생들이 '화장실은 같이 안다니냐'며 농담을 주고 받
을 정도였다"며 극성스러웠던 부모의 보살핌을 지적했다. 하지만 다른
어떤 분야보다도 천재성 자체가 강조된다는 점에는 대부분의 교수들이
동의했다.

이에 비해 실험을 해야 하는 이공계통에서는 천재에 대한 기대가
상대적으로 비관적이었다. 공대 홍국선 교수는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
도 실험실에서 다듬어지지 않으면 소용이 없고 또 잘못된 실험이 위대
한 발견이 되는 경우가 많아 '실험실에 천재란 없다'라는 말을 진실로
믿고 있다"고 말했다.

공대 교수들이 드는 실험실 천재의 전형적 대표는 에디슨. 실제로
실험을 해야하는 분야의 교수들은 학생들에게 밤에 실험할 것을 당부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밤에 실험이 잘못돼 의외의 결과를 얻을 가
능성이 더 크기 때문이다.

유전공학연구소 김선영 교수도 마찬가지. 가설을 세우고 실험을 통
해 그 가설을 입증하는 작업을 반복하는 생물학도 직관에 대한 기대보
다는 노력을 통한 천재의 탄생에 더 기대를 걸고 있다. 이처럼 성실함
에 기대를 걸게 해주는 한 가지 예는 김 교수의 바이러스 실험실. 에
이즈에 감염된 환자로부터 에이즈 바이러스를 배양해 유전자 지도를
만드는 위험한 작업을 하지만 실험실에는 단순 실험 반복에서 오는 싫
증을 덜기 위해 최신 유행 음악이 늘 흘러나온다. 김 교수는 "다른 서
너개 대학 출신 연구원들이 적당한 비율로 섞여야 실험을 더 열심히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인문 사회계열은 기본 학문인 철학 분야에서 천재의 존재를 인정하
고 있다. 정치학이나 경제학, 심리학 등 사회과학이 역사적으로 철학
이라는 뿌리위에 자란 학문이고 현대에 와서는 응용 학문적 성격이 강
조돼 경험과 역사적 배경 없이는 그 학문적 의미를 상실했기 때문에
천재 탄생은 의미가 없다는 것이 교수들의 일반적 의견이다.

철학 분야에서 천재의 한 예는 프린스턴 대학 교수인 솔 크립키에
게서 찾을 수 있다. 컬럼비아 대학의 모겐 베서 교수가 "중요한 철학
자를 4가지 범주로 등급을 매겨 분류할 수 있다. 그것은 신과 천재와
수재와 유능한 철학자"라고 말한 범주에서 신의 반열에 올라간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칸트 다음으로 천재 반열에 든 크립키는 1940년생으
로 부모가 모르는 사이에 독학으로 6살에 히브리어를 구사했다. 초등
학교졸업반 때 기하학과 미적분을 독학한 크립키는 15살 때 자신이 수
리 논리들에 대해 생각했던 것이 전문학술지에는 실린 적이 없다는 사
실을 안다. 19살인 1959년 '양상 논리의 완정성 증명(A Completeness
Theorem in Modal Logic)'이라는 크립키의 논문이 논리학 전문 잡지에
실릴 즈음에는 부모하고도 정서적 교류가 안되는 것을 비관해 결별을
선언했다.

● `직관이 보여주는 세계' 증명도 중요.

양상논리, 형이상학, 언어철학에서 획기적인 기여를 한 천재로 평
가받는 크립키도 시작은 수학이었다는 것을 이해한다면 결국 이공계
이론계통 천재들과 출신 근원이 같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러나 천재의 뿌리가 수학 분야에만 드리워져 있는 것은 아니다.

천재라는 단어를 통해 가장 많은 사람들이 연상하는 사람은 아마도 모
차르트로 상징되는 예능 계열의 인간이다. 현대에 와서도 천재의 신화
와 전통이 온전히 보전되고 있는 분야는 아마도 이곳일 것이다. 가까
이는 세계를 놀라게 하며 한국인의 자긍심을 일깨워주는 장영주, 장한
나의 이름 앞에 빠지지 않는 수식어가 '천재'라는 사실이 이를 증명하
며, 자유로운 의식과 표현이 바로 사람들에 의해 인정되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에서 교수들은 장영주나 장한나와 같은 천재들이 현재 서
울대 예체능 입시제도로는 입학할 수 없는 현실에 불만을 피력했다.음
대교수들은 "분명히 천재는 있다. 하지만 어떻게 발견해 계발해 주느
냐가 관건"이라며 천재를 키울 기회가 박탈되고 있는 현실을 안타까워
했다.

결국 천재란 어느 분야에서 발견되든 동일한 징표를 갖고 있는 것
인지도 모른다. 시대라는 시간의 한계를 넘어 자신의 존재를 통해 새
로운 시대를 여는 사람을 서울대 교수들은 천재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또한 그들은 천재의 조건으로 천재성뿐 아니라 직관이 보여주는 세
계를 증명해내는 노력을 중요하게 꼽았다.

천재란 단어가 유사 이래 인간의 지속적인 관심을 끌고 있는 이유
는 아마도 한계를 절감하는 보통 사람들에게 시대에 굴복하는 것이 아
니라 그 자신이 새로운 시대의 지표가 됨으로써 인간 존재의 무한함을
증명해주는 천재들만의 매력 때문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