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밑의 하수도관 속에 들어가 관망의 부실 현장을 샅샅이
뒤지고 다니는 지방의회 의원들이 있다.
'하수도관 내 타관통과 행정사무 특별위원회(위원장
김장식·김장식·49)'란 긴 이름의 경기도 안양시의회
특별위원회 소속 의원 9명.
이들은 비닐옷과 장화, 산소통, 방독마스크, 밧줄, 랜턴 등으로 완전
무장하고 하수도를 들락거리며 이번 여름을 보내고 있다.
의원들은 지난달 8일부터 7차례에 걸쳐 안양 시내 하수도관
20여㎞에 대한 현장 조사에서 상수도관, 통신케이블,
도시가스관, 전선케이블, 그밖에 종류도 알 수 없는 무수한
관들이 거미줄처럼 얽혀 하수도관을 관통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사진으로 기록해 놓았다.
안양5동 남부시장 앞 맨홀∼신양대중탕 주변 1㎞와 안양7동 덕천풍물시장
복개주차장 2㎞ 등 3㎞ 구간에서만 직경 1백∼4백50㎜
상수도관 15개, 1백㎜ 통신케이블 30개 묶음 한다발, 1백㎜
도시가스관 1개, 통신케이블 PVC 6개 등 23개 관이 통과하고
있는 사실을 확인했다.
의원들은 부식되고 있는 도시가스관, 피복이 벗겨진
통신케이블관, 콸콸 새고 있는 공업용수관 등 하수도관 안에는
보기에도 끔찍한 우리의 '부실문화(부실문화)'가 그대로
재현되고 있었다고 전했다.
김위원장은 "의회가 95년 말부터 안양시에 하수도관의 CCTV
조사를 촉구해 왔지만 진척이 되지 않고 있어 직접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고 말했다.
조사는 보통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 사이에 이뤄진다. 맨홀
뚜껑을 열면 솟구치는 메탄가스로 정신이 아찔해지고,
하수도관 속을 기어다니면 온몸이 땀에 절고 탈진된다. 대부분
의원들은 하수도 물에 젖어 팔과 다리 등에 피부병을 앓고
있다.
이천우(33) 의원은 메탄가스에 중독돼 실신하기도 했다.
몸에 로프를 감고 하수도 안에서 출입구를
찾지 못하거나 가스중독 증세를 보일 때면 로프를 잡아당겨
구조를 요청하고 있다.
특위는 조사 기간을 당초 예정됐던 8월 말에서 9월 말까지로
한달 동안 연장했다. 의원들은 "하나라도 더 많은 부실 현장의
생생한 자료를 모으겠다"고 다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