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박두식기자】5일(현지시각) 시작된 4자회담 예비회담은 지난
53년 체결된 휴전협정 체결 당사국들이 44년만에 직접 대면케 되는 자
리다.

44년전의 의제가 전쟁을 휴전 상태로 바꾸기 위한 것이었다면, 이
번 예비회담의 의제는 이때 탄생된 정전체제를 항구적인 평화체제로
대체키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휴전협정에 임할 때 4자의 입장과 처지가 모두 달랐던 것처럼, 4자
회담에 대한 각 대표단의 전략과 가상 시나리오들도 서로의 이해관계
에 따라 적지않은 차이를 빚고 있다. 이번 예비회담은 바로 이같은
4자의 차이와 공통점을 서로 확인하면서, 앞으로의 4자회담 본회담의
조기개최 가능성 여부를 1차 판가름할 수 있는 자리라는 데 그 의미가
있다.

이번 예비회담은 본래 4자회담 본회담 개최에 필요한 각종 절차적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것이다. 4자 본회담의 개최 일시와 장소, 회담
구성과 대표단 수준, 그리고 본회담에서 다루게 될 의제등을 다루는
자리이기 때문에 그 자체가 당장의 한반도 문제에 큰 영향을 미칠만한
내용이라기보다는, 다분히 실무적인 성격의 사안들인 것이다.

하지만 예비회담이 앞으로 4자회담에 필요한 기본틀들을 구성하는
기초 공사일 수밖에 없는 탓에 각 대표단들이 섣부르게 양보할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특히 주목해야 할 대목이 의제 부분이다. 앞으로 4자
회담 본회담에서 다뤄질 의제가 어떻게 정해지느냐에 따라 4자회담
그 자체는 물론, 한반도 상황 전반에 미칠 영향이 적지않기 때문이다.

한-미 정부는 4자회담의 의제로 ▲한반도의 평화체제 구축과 ▲긴
장완화 및 신뢰구축 조치라는 두가지로 한정하고 있다. 반면, 북한은
▲평화협정 체결과 ▲주한미군 주둔 문제를 의제로 제시하고 있다. 결
국 이 문제에서는 중국의 입장이 관건이 될 전망인 데, 중국은 '건설
적 역할'을 다짐하며 한-미 정부쪽에 협력을 약속하는 한편, 반대로
북한의 주한미군 주둔 주장도 외형상 수락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예비회담은 4자회담 의제 선정에서부터
근본적 어려움에 봉착한 셈이다.

이를 풀어가는 실마리는 '회담장의 논리'보다는 '회담장 바깥의 역
학관계'에서 나올 전망이다. 결국 4자회담 수락을 결심한 북한의 전략
에 따라 문제가 풀릴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북한 외교관들은 공공
연히 올해 외부에서 지원받을 식량규모를 1백50만t이라고 말하고 있다.
한-미 정부관계자들은 이중 약 1백20만t 가량이 들어간 만큼, 나머지
양을 받기 위해 궁극적으로 북한이 본회담에 응하게 될 것이라는 반응
을 보이고 있다. 결국 북한의 '본뜻'은 회담장 안에서보다는, 회담장
바깥에서 이뤄질 한-미 정부와의 막후 접촉에서 확인될 전망이다.

한-미 정부는 '예비회담 후 4주 이내에 4자회담 본회담 개최'라는
조기 개최를 제의해 놓고 있지만, 겉으로는 결코 서두르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굳이 그럴 이유도 없기 때문이라는 설명들이다.
다만 미정부는 올연말로 예정된 한국에서의 대통령선거 이전에는 가능
한 한 4자회담 본회담을 개최해야 한다는 분위기다. 한국의 다음 정권
이 자칫 '남북 직접대화'원칙 속에 4자회담에 소극적 입장을 보일 가
능성도 있기 때문에 그 이전에 기정사실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4자회담이든, 예비회담이든 대화가 진행되고 있는 현 상황
자체에 만족한 분위기다. 특히 미-중 양국은 4자회담을 계기로, 양측
간의 한반도문제 협의 창구가 활성화-상설화되는 데 상당히 만족해 하
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