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버른=고석태기자】서장훈은 한국이 낳은 역대 최고의 센터로
자타가 공인하는 선수이고 현주엽은 파워와 기술을 겸비, "NBA에서 통
할 선수는 현주엽밖에 없다"는 말까지 듣는 대어다.
서장훈이 1년 먼저 휘문고를 나온 동문이지만 둘은 라이벌이다. 서
장훈은 연세대로,현주엽은 고려대로 각각 진학, 정기전을 비롯한 양교
맞대결에서 치열한 몸싸움을 벌인다. 고교 시절엔 둘이 싸운 적도 있
다고 한다.
무수한 국제대회에서 서장훈과 현주엽은 한국대표팀으로 함께 출
전했다.
이번 호주 농구선수권대회서도 둘은 한솥밥을 먹고 있다. 서장훈이
나이제한에 걸려 출전할 순 없지만 이번 대회 대표팀이 서장훈 한명만
을 보강한채 그대로 시칠리아 하계유니버시아드에 출전하기 때문에 팀
워크 차원에서 동행한 것.
서울에서 비행기를 타고 오면서부터 둘 사이는 편해 보이지 않았
다. 장난이지만 멱살잡이를 하는 장면도 있었다. 현주엽이 서장훈을
"형"이라고 부르는 것도 거의 듣지 못했다. 연세대 후배들이 서장훈을
제치고 현주엽에게 먼저 고추장을 갖다 줬다가 혼쭐이 나기도 했다.
게임이 계속되고 한국팀이 연패를 당하면서 서는 내내 한숨을 내
쉬었다.센터가 없어 일방적으로 밀리는 게 마치 자기탓인 양 안타까워
했다. 호주와의 예선 3차전. 결사적으로 수비한 현주엽에게 서장훈이
다가가 엉덩이를 툭 치며 한마디 했다. "고생했어.".
서장훈은 프로농구 SK텔레콤과 입단교섭이 한창이다. 현주엽은 98
년도 드래프트 대상자. 일부에선 SK텔레콤의 전력상 97-98 시즌 최하
위가 유력하고 결국 현주엽을 드래프트1순위로 뽑을 것이란 얘기도 나
온다. "둘이 같은 프로팀에서 뛰게 되면 어떨까?" 똑같은 질문에 서장
훈은 피식 웃었고 현주엽은 "훨씬 편하게 농구하는 거죠"라고 대답했
다. 애증이 교차된 두 라이벌의 관계가 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