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연습에 만족한다. 선수들이 감독의 의지를 알아차리고 행동으
로 변화한 모습을 보여주었다…'(8월1일 '오늘의 메모'). '전술적 움직
임이 좋았다. 열심히 경기하려는 의도가 보였다…'(2일자 메모).
축구대표팀 차범근 감독은 소문난 컴퓨터마니아다. 수시로 통신에 접
속해 팬들과 대화를 나누고, 인터넷을 뒤진다. 하지만 그의 컴퓨터 솜씨
는 대표선수 관리에서 진가를 발휘한다. 현재 온양서 대표팀과 합숙훈련
중인 차 감독은 하루 평균 5∼6차례 노트북을 만진다. 아침훈련 전에는
그날의 지시사항을 메모하고, 일과가 끝난 후에는 일일평가를 한다. 작
전구상이나 이동중에 떠오른 생각들도 짬짬이 메모한다. 이렇게 그가 매
일해야 하는 '숙제'는 A4 용지로 4∼5장. 전술상의 복잡한 움직임도 여
러색깔의 선과 그래픽으로 깔끔하게 정리된다. 또 연습경기가 있는 날이
면, '훈련프로그램'에는 그라운드가 그려지고, 선수들의 포지션과 교체
순서가 일목요연하게 표시된다. 차 감독은 이렇게 작성한 메모와 프로그
램을 프린트해서 운동복 속에 갈무리한다.
이 파일에는 하루하루 선수들의 훈련과 연습경기에 대한 평가가 매겨
진다.
훈련에 참석 못한 고종수 서정원은 빨간색으로 이름이 적혀있고, 지
금까지 훈련에 참여한 횟수도 표시됐다. 지난 2일 중앙대와의 연습경기
에서는 이상윤이 75-75-80으로 최고점수를 받았다. 이상윤과 함께 전반
전서 1골을 기록한 박태하는 75-70-75. 주장 최영일도 평균 70점이 넘었
다. 세 항목은 각각 체력-전술 운영-감독 평가. 차 감독이 지난 1월 대
표팀을 맡은 이래 메모와 훈련 프로그램, 평가를 기록한 자료철이 두꺼
운 파일로 5권. 베스트11 선정은 이 점수들을 토대로 결정해 왔다. "신
인은 80점 이상이면 확실하다. 최문식은 거의 75점선을 유지했고, 경기
때마다 제 역할을 했다." 차 감독은 이 자료를 절대적으로 신뢰하는 듯
했다. '오늘의 메모' 말미에는 그의 대표팀 성적도 나와있다. 총 경기
22전 17승4무1패(52득점, 11실점), 공식경기 15전 10승4무1패(27득점,
7실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