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장엽씨 망명후부터 매달 회원집으로 우송돼 ##.

【동경=이준기자】'얼굴없는 편지' 몇장이 재일 친북단체 조총련(재일
조선인 총연합회) 조직을 밑둥부터 뒤흔들어 놓고 있다.

"총련의 오형진부의장은 (황장엽씨 망명직후) 기자회견에서 '오후4시
열차를 타고 평양으로 향하고있다'고 발표해 창피를 당했다. 조총련 조
직은 조국의 허수아비에 불과하다는 걸 실감했다….".

일본 아사히신문이 발간하는 종합주간지 '아에라(AERA)'는 최근 조총
련 회원들의 집에 북한 정권에 대한 불신과 실망을 토로하는 '괴편지'가
계속해서 날아들고있다고 보도했다.

'총련직원들의 목소리, 애국동지회'라는 명의의 편지가 처음 우송된
것은 지난 3월초. 황씨 일행이 북경 한국대사관에 망명을 요청한지 2주
쯤후였다. "총련이 진정으로 재일동포의 생활과 권리를 옹호하는 조직이
되려면 북의 어떤 간섭도 배제해야한다." 편지는 "특히 일조 국교정상화
가 이뤄지더라도 총련의 재산인 학교, 본-지부 건물, 상공회, 조은등은
동포들의 재산으로 지켜야한다"는 호소로 끝을 맺었다.

편지는 처음엔 '한국 안기부나 민단의 교란 전술'쯤으로 여겨졌다.그
러나 3월20일자로 제2신이 날아들자 조총련은 술렁거리기 시작됐다. '재
정상 모든 조선신보(조총련 기관지) 독자에게 편지를 띄우지 못하니 한
장을 5명 이상이 돌려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한국 정보기관의 '소행'이
란 주장보다는 만약 그렇다면 대대적으로 편지를 뿌리지 이런 '궁색한'
부탁은 하지않을 것이란 분석이 더욱 설득력을 얻기 시작했다. 두번째
편지는 북한이 강요해온 이른바 '민족교육'에 대해 노골적인 불만을 터
뜨렸다. "각 교실에 걸린 초상화와 부르기도 싫은 노래들(김일성장군가
등 4곡), 이런 것들은 지금 당장 없애버리자.".

지난 55년 결성된 이후 반한 친북노선을 견지해 온 조총련이 편지 몇
장에 동요하는 이유는 편지 그 자체에 있다기 보다는 조총련계 교포들의
누적된 대북 불신과 실망감 때문이라고 관계자들은 분석했다.

특히 95년 고베대지진으로 집과 가족을 잃고 비탄에 빠져있던 교포들
에게까지 북이 헌금을 강요한 이후 조총련계 동포들의 불만과 실망은 극
에 달했다. 여기에 올초 '주체사상 창시자'마저 '망명'하는 사건이 겹친
것이다.

조총련 본부에선 '편지'의 범인을 색출한다고 발칵 뒤집혔고 결국 산
하조직의 한 간부를, 본인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혐의를 씌워 조직에서
축출했다.

그러나 그후에도 '괴편지'는 한달에 1∼2번꼴로 조총련 회원집에 배
달되고 있다.

지난 17일 고베에선 전현직 조총련 회원들로 구성된 반북 운동단체
'민주무궁화회'가 깃발을 올렸다.

작년까지 조총련 산하 서고베상공회 부회장을 지낸 대표간사 김정일
(북한 김정일과 동명이인)씨(57)는 "어린이가 굶어죽어가고 국민들이 풀
뿌리 죽으로 연명하는데도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북의 권력자에
게 한없는 분노를 느낀다"고 말했다. '흔들리는 조총련, 표류하는 교포
들'의 속마음을 대변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