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병원건물에 연주장을 차린 의사.

신경정신과
이종욱(59)씨의 음악 사랑은 유별나다. 경남 마산시 회원구
합정동에 있는 이종욱 신경정신과의원. '보람의 집'이란 이름의 4층건물
1-3-4층에 들어선 병원시설만 보면, 제법 규모가 큰 병원쯤으로 지나치기
쉽다. 그러나 병원이름은 몰라도 '보람의 집' 2층에 있는 연주장 '조인트
홀'을 모르는 마산시민은 없다.

80년대 중반까지만해도 '조인트 홀'은 마산에서 유일한 연주공간이었다.
이씨가 단장을 맡았던 아카데믹 신포니에타가 이곳서 창단했고, 이 악단을
모태로 현 마산시립교향악단이 출범했다. 50평 남짓한 홀에 야마하
그랜드피아노, 조명시설-분장실-대기실, 2백50석 객석을 갖춘 이곳에서
85년 개관 이후 봄 가을로 한달에 두세번 연 연주회가 1백50회를 넘겼다.

"많은 연주자들이 서울서 한차례 연주하고 마는 게 늘 아쉬웠어요. 마산서
좋은 연주회를 열어보려 병원을 지을 때 연주홀을 설계했습니다. 지금도
이곳을 클리닉으로 쓰겠다는 의사들이 많지만 꿈과 바꿀 수는 없습니다."

'조인트 홀' 연주회는 하나부터 열까지 공짜다. 입장료도, 대관료도 없다.
연주자에게 출연료도 주지 않는다. 항공료와 숙식비만 댄다. '좋은 연주
해주고 싱싱한 회나 드시고 가시라'는 이씨의 청을 다행히 많은 연주자들이
이해해 주었다. 성악가 박인수-김원경-오현명-안형일-박성원-손순남,
KBS교향악단악장 전용우(바이올린)씨가 이끄는 서울마스터즈4중주단,
서울튜티앙상블, 클라리네티스트 블라디미르 소콜로프가 이곳 무대에 섰다.
피아니스트 문용희-김성희씨도 각각 슈베르트-베토벤 소나타 시리즈를
열었다. 박인수씨가 대중가수와 어울렸
다는 '죄'로 국립오페라단에서 쫓겨났을 때, 그를 초청해 위로독창회를
주선한 것도 이씨였다.

"정치하려고 공짜음악회 하는 것 아니냐는 오해도 많았어요. 서울연주자를
불러오니 마산음악계를 얕보는 것 아니냐는 핀잔도 받았지요. 이 지역출신
연주자들이 하나둘씩 귀국하고부터 오해가 풀리고, 이제는 연주안내장을
발송하는 데 보태라며 우표값을 보내는 등 격려가 많습니다."

이씨는 연주자 섭외는 물론 팸플릿-포스터제작, 초청장 발송을 대학합창단
시절 만난 부인 장길자(54)씨와 둘이서 챙긴다. 미국 피바디음대서
첼로를 전공하는 딸 아람도 프로그램 짜는 일을 거든다. 한번 공연하는 데
드는 경비는 3백만∼4백만원. 연간 20회면 6천만원이 훌쩍 나간다.

"서울에선 많을 땐 하룻저녁 30군데서 연주회가 열립니다. 마산은 한달에
5∼10회, 그나마 '조인트 홀'이 쉬면 마산시향 연주가 고작입니다. 이러니
병원일을 핑계로 연주일을 그만둘 수가 없어요."

만주서 태어난 이씨는 가톨릭의대를 중퇴하고 잡지사기자, 연탄장사로
8년간 고생했다. 그러나 그때도 음악열정만은 어쩌지못해 합창지휘에 몰두,
간호학도들로 구성된 나이팅게일합창단, 대한합창단 등을 지휘했다. 성악가
김원경 박인수 박성원 엄정행씨는 그 때 만난 친구들이다.

34살때 늦깎이로 고려대 의대를 졸업한 그는 81년 마산고려병원 정신과
과장으로 마산과 인연을 맺고, 2년뒤 개인병원을 열었다.

"이제 마산에도 피아니스트가 70명은 됩니다. 이들을 초청해 가을시즌부터
'다시 들려주고픈 무대'를 할 작정입니다."
마산시민을 위해 연주회 멍석을 펴는 일, 그것이 '보람의 집'을 운영하는
이씨의 보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