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수도 빈을 벗어나 헝가리를 향해 달려보는 자동차 여행.
길 양편 드넓게 펼쳐진 푸른 들판이 그냥 바라만 봐도 상쾌하다. 산악
국 오스트리아에선 보기 힘든 광활한 들판의 초지며 숲이며 밀 채소밭
들의 잘 가꾼 풍경이 윤기와 싱싱함까지 더해 한폭의 아름다운 그림같
다.

그러나 오스트리아 국경을 넘어 헝가리에 들어서자마자 그같은 풍
성함과 건강함의 풍광은 완전히 사라진다. 비슷한 토양, 비슷한 기후
인데도 국경 하나를 사이에 둔 헝가리의 풀과 나무 밀밭들은 오스트리
아의 그것들과는 달리 찌들고 메마르고 거치른 모습이 역연하다.

이쪽의 기름진 자연, 저쪽의 거치른 들판이라는 그 '희한한' 대비
는 통일직후 볼 수 있었던 동서독서도 마찬가지였다. 더할 나위없이
잘 정돈된 서독의 농촌, 거기서 자라고 있는 건강하고 윤기 넘치는 풀
과 나무는 동독에 들어서면서부터 눈에 띄게 거칠고 초라해 보였다.

사회주의 체제는 경제와 사람만 망친 것이 아니라 자연도 망치고
숲도 망치고 들판도 망쳐놓았다. 레이니 전 주한 미국 대사는 며칠전
한 일간지와 가진 기자회견에서 북한 방문후 서울로 오는 길에 비행기
에서 내려다 본 남한의 산하를 두고 "에덴 동산과 같더라"고 말했다.

남한의 산하가 그처럼 풍요롭고 기름져 보였다는 것이겠지만, 그보
다는 그가 본 북한의 산과 들이 너무나 황폐해 있었다는 것을 강조하
기위해 그렇게 말하지 않았나 짐작된다. 대홍수에, 산불에 극심한 가
뭄까지 겹친 북한의 산하. 그것은 천재가 아닌, '체제재'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