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선비는 흔히 이름 이외에 자와 호를 가졌다. 자는 장가든
후에 흔히 부르는 이름이고 호는 학자 문인 등이 쓰는 아명이다. 하
지만 호도 한두개로 그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조선후기 최고 서화가 완당 김정희는 추사 예당 과파등 무려 1백
수십개 호를 가졌다. 그만큼 호에는 얼마간은 해학이 얼마간은 멋이,
때로는 자랑과 기개와 뜻이 담겨있다. 독립운동가 신규식은 사팔뜨
기라서 예관이라하고 소설가 염상섭은 게걸음을 걷는다고 횡보라 했
으며 화가 장승업은 나도 단원 김홍도나 혜원 신윤복만 못하지 않다
고 오원이라 했다.

3당 대통령 후보가 결정되고나자 이들의 아호가 화제에 오르고
있다. 김대중 총재의 호가 후광인 것은 출생지인 전남 무안군 하의
면 후광리인데 연유한다고 한다. 이처럼 고향땅을 빌려 호를 지은
경우는 김영삼 대통령의 거산(출생지인 거제와 출마지인 부산에서
따옴)이나 시인 변영로가 부평의 옛이름 수주의 예도 있다.

김종필 총재의 아호는 운정이다. 벌써 60년대에 가까이 지내던
한 예술인이 지어준 것이다. 그 자신 변화가 무궁무진한 구름이 좋
다고 했다. 이회창 대표의 아호가 경사인 것은 이번에 비로소 알려
졌다. 한 한학자가 지어 줬는데 공식적으로 쓰기 시작한 것이 95년
회갑때부터였단다.

한서에서 '곧은 역사'라는 뜻으로 쓰였는데 별명 '대쪽'에 못지
않은 뉘앙스를 풍긴다. 호가 DJ니 JP니 하는 것보다는 운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