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품 살포의혹이 제기된지 일주일만인 16일 마침
내 이회창후보 본인이 기자회견을 자청해 직접 나섰다. 내용은 "2∼3일
내에 진상을 밝혀야 하고 그렇지 못할 경우 저도 나름대로의 생각을 갖
고 있다"는 자못 심각한 것이었다. 다른 후보들의 이른바 '중대결단'과
비슷한 톤으로, 선두를 달려온 이후보측에서는 좀처럼 쓰지 않던 표현
이다.

이후보는 이날 충남-대전연설회가 끝난 뒤 오후 5시 현장 기자실에
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그는 이날 자신에 대해 제기된 모든 의혹에 대
해 '직접 하거나 지시한 일이 없다'며 전면 부인했다.

이후보는 오후 3시쯤 배포한 회견문에서 "터무니없는 금품살포 주장
등 경선을 혼탁시키는 일련의 정치공세는 후보간의 문제가 아니라 당의
사활이 걸린 중대한 문제"라며 "당은 즉각적이고 철저한 조사를 통해
늦어도 2∼3일 내에 진상을 밝힐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대의를 지키면서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는 저의 자존심
을 송두리째 짓밟고 있는 터무니없는 모략과 인신공격이 쏟아져 왔다.
우리 진영에서 대의원들을 매수하기 위해 금품을 살포했다느니 향응을
베풀었다느니 후보사퇴 압력을 가했다느지 하는 실로 충격과 경악을 금
할 수 없는 공세들이 난무했다"며 "저 이회창은 제 양심과 도덕성 그리
고 우리 당의 민주발전에 저해되는 일체의 행위를 하거나 지시한 일이
없음을 천명한다"고 말했다.

그는 "중상모략, 인신공격 등으로 점철된 개탄스러운 정치공세를 지
켜보면서 우리 당의 장래를 걱정했던 국민들과 자존심이 상한 대의원들
에게 이 자리를 빌려 심심한 유감과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도 말했다.

지금까지의 반응하지 않았던 것에 대해서는 "일부 후보들의 터무니
없는 정치공세에도 불구하고 우리 당의 민주경선을 반드시 성공시켜야
한다는 나름대로의 책임감에서 가급적 언급을 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
다고 생각해 묵묵히 경선에 임했으나 이대로 간다면 집권당의 미래와
사활, 나아가 국가와 민족의 진로에 중대한 위협을 가하게 될 걷잡을수
없는 사태에 직면할지 모르는 위기의 상황에 처해 있기 때문"이라고 말
했다.

그는 연설에서도 "(대의원)여러분이 돈을 받고 강요받아 줄을 섰느
냐"고 반문하며 "사실도 아닌 것을 터뜨려 너도 나쁘고 나도 나쁘다는
식으로 가는 이런 구태의 작태는 벗어던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을 역공의 D데이로 잡은 데는 이수성후보 괴문서 작성자가 김덕
룡후보쪽 사람이라는 사실이 이날 밝혀진 것도 작용한 것으로 보였다.
이후보는 이 문제를 거론하며 "사필귀정"이라고 말했다.


신한국당 박찬종후보는 16일 금품살포의혹 관
련 기자회견을 놓고 이회창후보측과 하루종일 신경전을 계속 펼쳤다. 박
후보는 당초 이날 오전 서울 사무실에서 금품살포설과 관련해 기자 간담
회를 갖기로 했으나, 갑자기 이를 취소했다.

본래 계획은 박후보의 측근인 안상수위원장을 통해 당총재인 김영
삼대통령에게 관련 증거를 제출하면서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었다.

박후보측은 "청와대의 반응을 일단 봐야겠다"고 회견 취소이유를
설명했으나, 실제는 이후보측의 움직임에 더 촉각을 세웠다.

박후보는 대전 연설회장에서도 참모들로부터 이후보측의 움직임과
청와대 내부의 동향을 수시로 보고 받으면서 회견 시점을 조절하는 신중
함을 보였다.

결국 박후보는 이만섭대표서리의 청와대 주례 보고와 이후보측의
기자회견이 끝난 뒤에 말문을 열었다. 회견에 앞서 첫번째 연설자로 나
선 박후보는 이날도 당내 세몰이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이후보의 사과를
촉구했다.

그는 "크든 작든 이번 금품살포 파동은 우리 모두가 원죄적 상황에
있고, 또 공동책임을 지니고 있음을 뜻한다"면서, "그러나 금품살포의혹
제기는 특정인을 혼란에 빠뜨리고, 당을 어렵게 만들기 위한 것이 결코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이번 사태를 지금 해결하지 않으면, 반드시 경선자금 시
비가 생기고 또 청문회가 열리는 불행한 사태를 맞아 결국 정권재창출에
실패하게 될 것"이라며 "신한국당이 거듭 태어나야 한다는 애당충정에서
문제를 제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후보는 이어 "정치지도자답게 작은 실수를 인정하고 거듭 태어나
야 한다. 그래야 경선이 멋지게 마무리 될 수 있다"며 이후보측의 공식
해명과 사과를 간접적으로 요구했다.

박후보는 또 금품살포의혹 제기가 탈당을 위한 명분축적이 아니냐
는 당안팎의 부정적인 시각을 의식한 듯, "경선자금의 업보를 안고, 경선
을 아름답게 치를 수 있도록 도구가 될 것을 결심했다"며 "7월21일 정정
당당하게, 또 장렬하게 경선에 임하겠다"며 탈당가능성을 부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