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동본 혼인을 금지한 민법 8백9조 1항에 대해 사실상 위헌결정
인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리기까지 2년동안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은 법
과 사회관습 사이에서 진통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성동본 금혼규정이 위헌이냐 아니냐는 법리적으로 볼 때 그
리 복잡한 게 아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헌재의 한 관계자는 "법리적으
로 따질게 아니라 진보적이냐 보수적이냐 하는 성향에 달린 문제였다"고
말했다. 실제헌재는 이미 작년말 사실상 '법률적 판단'을 끝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헌재는 위헌결정에 따른 사회적 파장 등을 감안, 쉽
게 선고기일을 잡지 못했다고 한다. 이번에 선고가 이뤄진 데는 주심
인 황도연 재판관의 임기문제가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다음달
에 임기가 끝나는 황재판관이 "어떻게 결정이 나더라도 여성계나 유림 한
쪽으로부터 비난받게 될 것"이라며 "후임자에게 짐을 지우고 싶지 않다"
고 '결심'을 밝혔다고 한다.

○…주심인 황재판관은 재판관들이 쉽게 결심을 못내리자 위헌결정
문과 합헌결정문 두가지를 작성해 놓고 재판관들에게 "한쪽을 택하라"고
주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위헌 입장에 섰던 한 재판관은 주변에 "법
률적 양심에 따라 위헌쪽에 표를 던지긴 했지만 만약 자식이 동성동본과
결혼하겠다고 할 경우, 도시락을 싸들고 다니며 막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고 한다. 심리과정에서는 광범위한 조사가 이뤄지기도 했다. 인류
학자, 사회학자, 보학 연구자 등의 자문을 구해 국내외의 혼인제도를 섭
렵한 것은 물론, 동성동본 금혼에 관한 역사 자료도 수집했다. 생물학자
를 통해 동성동본 혼인이 우생학적인 문제를 유발하는지에 대해서도 의견
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