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25이후 혼란 뭔가 정리할 필요" 당시 회상 ##.
'서울, 1964년의 겨울'은 65년 '사상계' 6월호에 발표됐다. 당시
김승옥씨는 서울대 불문과를 졸업한 '먹물 룸펜'이었다. 그러나 이미
그는 60년대 소설에 감수성의 혁명을 일으킨 유명 작가였다.
훗날 연극연출가로 이름을 날린 오태석의 신촌 자취방과 이화여대
앞 파리다방을 오가며 65년 봄 완성한 이 소설은 그해 동인문학상을
받았다. 사상계의 청탁을 받은 그는 천박하지 않고, 유머가 있으며,
시니컬한 소설을 쓰기로 했다. 냉소의 대상은 서울. "서울을 보면 우
리나라의 모든 것이 보입니다.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그가 본 서울은 생존에만 신경을 쓰고, 자기 논리만 강요하는 인
간들로 가득차 있었다. "대학원생과 병사계직원이 술자리에서 나누는
대화도 실은 대화가 아닙니다. 다이얼로그가 아니라 모노로그지요.자
기의 논리만 일방적으로 얘기하는….".
그는 대화부재의 근본원인을 공통된 규범의 부족에서 찾고 있다.
동행하던 사람이 죽어도 자신의 불편을 피해 총총히 여관을 떠나는
인물에게 어떤 가치나 질서도 찾을 수 없다. "6.25이후 모든 질서가
사라졌습니다. 어떤형태의 질서라도 좋으니 혼란을 정리해줄 그 뭔가
를 바라고 있었습니다.".
그는 6.25이후 무너진 질서의 회복을 꿈꾸고 있었다고 회고했다.
'4.19 적경험'이니 하는 부분은 당시 머릿속을 채웠던 질서회복에 비
하면 별로 큰부분이 아니었다고 한다.
그의 글은 문단에 커다란 감동과 충격을 안겨 주었다. 동세대 평
론가 김치수씨는 "기존 가치에 대한 절망감을 엄숙하지 않지만, 세련
된 언어로 표현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다"고 말했다.
김승옥소설은 오랫동안 문학청년들 사이에서 정전으로 추앙받았
다. 올해 동인문학상 수상작가 신경숙씨는 습작시절 김승옥소설을 대
학노트에 그대로 베껴쓰면서 문장 수업을 했다.
문학의 새 기수로 환영을 받은 그는 그후 영화 '감자'등을 제작하
기도했고, 70년대에는 '겨울여자'등 히트영화의 시나리오를 썼다. 70
년대말 이후에는 절필과 복귀등을 거듭하기도 했다. 80년대 이후 신
앙 생활에 몰두하면서 창작일선에서 물러난 그는 지난해 '김승옥전집'
(전 5권·문학동네)을 출간, 그동안의 작업을 일단 정리하면서 재기
를 노리고 있다. 문단에선 김승옥문학의 화려한 부활을 기대하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