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를 통해 삶에 대한 점 하나 보여줬을 뿐인데, 이런 큰 상을
받다니 얼떨떨합니다.".

지난달 28일 KBS 1TV 단막극 '길위의 날들'로 제49회 이탈리아상
TV드라마 부문 대상을 받은 김홍종(53)PD는 요즘 부끄러워 사람 만나
기 겁날 정도라고 했다.

"수상작 '길위의 날들'은 40대 장기수가 사흘 귀휴명령을 받아 고
향 찾아가는 여정을 그렸습니다. 스토리보다는 이미지를, 분출보다는
억제로 인간 귀소본능을 전달하려 했습니다. 언어의 벽을 넘어 유럽서
도 작품주제에 공감한 것 같아 기쁩니다." 그는 "국내 드라마론 드물
게 16㎜ 필름으로 찍을 수 있게 과감히 지원해준 방송사에도 큰 빚을
졌다"고 덧붙인다.

미국 에미상과 함께 세계 양대 방송상으로 꼽히는 이탈리아상은 그
간 아시아권에서는 유일하게 일본 NHK만 받았었다. 당연히 한국 방송
사로는 첫 수상이다. '길위의 날들'은 심사위원들로부터 '세밀한 인간
내면 묘사가 돋보이고, 영상미가 뛰어나다'는 극찬을 받았다. 동국대
연극영화과를 졸업, 71년 KBS에 입사한 그는 TV문학관 '삼포가는 길'
'메밀꽃 필 무렵' '소리의 빛'등 문학성 짙은 단막극을 주로 연출해왔
다. '토지' '광장' '6·25'같은 대하극이나 대형특집도 만든 베테랑이
다.

"제작현장서는 악명이 높은 편입니다. 독재자로 불리지요. 그래서
인지 유명 탤런트보다는 연기파들이 제 드라마에 모여듭니다." 하지만
그는 '길위의 날들'이후로 드라마를 하나도 만들지 못했다. 한동안 불
면증에 시달리기도 했다. 단막극 수요가 뜸했기 때문이다. "요즘 구상
하는 작품은 역시 단막극인 '늙은 웨이터'입니다. 밤 이야기를 한번
그리고 싶어서요. 주제는 역시 인간이지요. 죽을 때까지 인간 탐구를
계속할 겁니다. 제 경험으로 얼마나 성숙하게 그릴지는 의문이지만.".

< 진성호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