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기술로만 특수분장을 완성할 수는 없습니다. 연기자 얼굴을 바꾸
려면 기본 골격을 파악해야 하고 연기자와 많은 이야기를 나눠야 합니
다.".
분장생활 20년째인 최영호(MBC 미술센터 미술제작 3팀장)씨는 대학
때 연극구경을 갔다가 분장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한번 도전해 볼만한
분야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다. 홍익대에서 응용미술을 전공했던 그는
KBS에 입사했고, 2년뒤 MBC로 자리를 옮겨 지금껏 분장에 빠져있다.
"10여년전쯤 어린이드라마에서 본격 특수분장을 도입했지요. 당시
원숭이를 닮은 외계인을 만들어낸 게 첫 작품이었습니다." 처음 해보는
일이라 실수도 많았다. 입부분이 튀어나온 분장때문에 연기자는 종일
쫄쫄 굶어가며 촬영했다. 빨대로 마시는 우유가 연기자에게 유일한 먹
거리였다. 86년 8·15특집극 '생인손'때는 탤런트 한애경을 80대 노인
으로 분장시키려고 5시간이상 공을 들였다.
"보통 외계인이나 괴물같은 특수분장이 힘들거라고들 생각합니다.하
지만 실제 가장 어려운 게 노인역이에요. 클로즈업 될 때 주름처럼 세
세한 부분을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게 쉽지 않습니다." 피부질감이 나게
하는 특수재질을 쓰고 색깔도 조절해야 한다.
'생인손'때는 요즘처럼 재료가 발달되지 않아 피부에다 디텍스라는
약품을 발라야 했다. 그래서 촬영이 끝나 떼낼 때는 연기자들이 아픔을
못견뎌 비명을 질러댔다. "특수분장이 가장 많이 필요한 때가 하필이면
여름이거든요. 납량시리즈가 한꺼번에 몰리기 때문이지요. 땀과 분장은
상극이니 고통이 더 클 수밖에요.".
특수분장이 제대로 발전하려면 TV매체에 대한 제약이 훨씬 줄어야
한다는게 그의 소신이다. "미국서는 영화나 TV에서 흉측한 몰골이 자주
등장합니다. 하지만 우린 걸러지는 게 많아요. 피만 조금 나와도 자체
심의에서 잘리거든요." 'M' '별' '거미'…. 여름만 되면 볼만한 납량드
라마로 힘을 내는 그는 올해엔 미니시리즈 '불꽃놀이'에서 화상 입은
흉측한 얼굴에 도전한다. < 윤정호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