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셉의원 선우경식씨...진료-급식까지 20만명 돌파 ##.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 요셉의원.

"쉬었다 가라"며 소매를 붙드는 윤락가 골목 안에 아직 간판도 못
내건 허름한 병원에서 내부 수리가 한창이다. 일꾼들은 모두 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던 환자와 자원봉사자들.

7년전 요셉의원에서 알콜중독 치료를 받았던 김모(50)씨는 힘이 장
사여서 무거운 짐을 도맡아 나르고, 당뇨와 결핵 치료를 받았던 조선족
이모(54)씨는 대패를 들고 나무를 깎았다.

꼬박 10년간 행려병자와 알콜중독자, 결핵환자를 무료진료해온 이
병원 원장 선우경식(52)씨가 의료장비와 약품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
다는 소식에 서울역, 용산역, 가락동시장 등지에서 행려자들이 달려왔다.

요셉의원이 두달이 넘도록 진료를 못하고 있고 병원건물도 내부수
리가 시급하다는 걱정이 퍼지면서 찾아온 사람들이다.

87년 8월부터 행려자 무료진료와 무료급식을 해왔던 신림동 병원건
물은 곧 철거될 예정이고 선우원장은 두달전 병원을 이곳 영등포로 옮겨
왔다.

"우리 원장님 참 좋은 사람이에요. 우리에게도 사람 대접해주고…."
"4∼5년간 원장님 병원에서 주는 공짜밥 먹고 약도 공짜로 탔는데, 우리
일은 밥값도 안되지요.".

가톨릭의대를 졸업하고 미국 뉴욕의 의과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
은 선우원장은 귀국 뒤 종합병원 내과과장으로 근무하다 87년 그만두고
요셉의원에만 매달렸다. 뜻맞은 의사 4∼5명이 함께 시작했지만 결국엔
혼자 남았다.

"결혼도 하고, 직장일로 바빠지면서 떠나갔죠. 하지만 계속 찾아
오는 환자가 있으니 누군가 한명은 병원을 맡아야 했어요. 내가 그 역할
을 맡았을 뿐입니다.".

찾아간 기자를 몇번이나 뿌리치다 억지로 만난 끝에 겨우 그가
한 말이다. 그는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 손이 모르게 하라'는 성경구절
을 들려주며 자신이 해온 일에 대해 입을 열지 않았다.

주변사람들은 선우원장이 사정사정해서 종합병원에 한달간 무료입
원시킨 알콜중독환자가 퇴원 첫날 만취해서 요셉의원을 다시 찾아왔을 때
선우원장이 낙심해 하던 모습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지난 10년간 그를 거쳐간 환자가 20여만명은 되리라는
게 주변 사람들의 얘기다.

대부분 주민등록마저 올라있지 않은 무적 행려자들이거나 외국인
근로자들이다. 집 떠난지 십수년이 흘러 이미 행불처리된 사람들도 많다.

진료를 못하고 있는 요즘도 매일 80명이 약을 타간다. 등록된 환
자만 1만6천여명. 그래선지 선우원장이 서울역이나 영등포역 등지를
가면 어디서 나타났는지 껌팔이나 고물장수, 볼펜파는 사람들이 달려와
인사한다. 아무리 외진 곳을 다닐 때라도 불량배에게 맞을 걱정은 없
다는 그다.

하지만 그는 "지금하는 일에 행복을 느끼고 있다"는 말외엔 할 얘
기가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