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고양시 신원동 1번 국도를 달리다보면 허물어질듯 서 있는
조그만 슬레이트 막사를 만난다. 뉴코리아 골프장 조금 못미친 도로변
지점이다. 폐가처럼 보이는 이 건물에 비누공장이 들어서 있다.

수년째 계속된 전반적인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끈질기게 살아남은
재활용 비누 공장이다.

폐식용유로 재활용 비누를 만드는 운동은 한때 유행처럼 번진 적이
있다. 제조 방법이 간단해서 주부들끼리 직접 만들어 나눠 쓰곤 했다.

그러나 이 운동은 요즘들어 다소 시들해졌다. 다량의 폐식용유를
한꺼번에 모으기 힘든 탓에 매번 소량으로 재활용 비누를 만들기가 여간
번거롭지 않기 때문이다.

'협성생산공동체(사장 김은규)'라는 이 공장은 이런 번거로움을 덜
어보려는 취지에서 설립됐다.

벌써 5년전의 일이다.

공장 본사격인 서울 은평구 대조동 사무실(02-386-8814)에는 수백
개의 전화번호가 적힌 파일이 있다. 원료인 폐식용유를 제공하는 단체와
생산된 제품인 재활용 비누를 사용하는 단체들의 목록이다.

그간 협성생산공동체에 폐식용유를 제공했던 단체는 행정기관, 학
교, 패스트푸드점, 대형음식점, 구내식당, 병원, 군부대 등 2백17개에 달
하며, 재활용 비누를 가져다 쓴 단체는 한살림, YMCA, 교회, 주부클럽 등
69개다.

"원료 구입처와 제품 판매처를 발로 뛰면서 개척했습니다. 이렇게
알게 된 사람들이 꾸준히 재활용 비누를 애용해 여지껏 살아남은 셈이죠.".

박노수(39)실장은 그러나 "계속된 경기침체로 인해 월 매출이 종
전의 30%인 2천만원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직원 10명을 먹여 살리기에
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재활용 비누만으로 사업이 힘들어지자, 협성생산공동체는 95년 재
활용 비누를 만드는 기계를 개발했다.

국내 유일의 이 기계는 그간 2백26대가 팔렸다.

각 행정기관, 교회, 부녀회 등을 비롯, 롯데리아, 크라운 베이커리,
삼성코닝, 세진시스템, 서울 명일초등학교 등 2백26개 단체가 이 기계를
보유하고 있다.

54ℓ의 폐식용유로 1∼2시간만에 1백80장의 비누를 찍어내는 이 기
계는 약 5백만원.

간단한 장치지만 재활용 비누 사용을 획기적으로 확산시킬 수 있다
는 점이 높이 평가돼 환경부장관상을 받았다.

협성생산공동체 김사장과 박실장은 농민 운동을 했던 사람들이다.
문민정부 출범후 이들은 새로운 사회운동의 방향으로 환경보호운동을 선
택했다.

그래서 뛰어든 일이 재활용 비누 만들기였다.

사회운동을 같이 했던 10여명과 함께 92년 이 사업을 시작했지만
지금까지 남아있는 원년 멤버는 김사장과 박실장 둘 뿐이다.

"돈이 없다고 생활마저 망가질 수야 있겠습니까. 그러나 자녀들로
부터 아버지처럼 살지는 않겠다는 말을 들으면 마음이 아프죠.".

박실장은 "직원들의 생계를 챙겨주느라 지난 3월 이후 월급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1백60평 남짓한 공장에는 재활용 비누 생산 라인과 재활용 비누 제
조기 라인이 들어서 있어 발디딜 틈이 없다.

폐식용유와 가성소다는 커다란 통에서 섞인 뒤 호두과자를 찍어내
는 것과 비슷한 모양의 기계를 통해 규격 제품의 비누로 생산된다.

공장장 안준(31)씨는 "공장은 지저분해 보이지만 재활용 비누는 먹
어도 될 정도로 깨끗하다"고 말했다.

협성생산공동체는 폐식용유를 제공하는 단체에 대해 재활용 비누로
보답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제주시청에 비누 제조기 4대를 판매했다.

지난해에는 중국으로부터는 3천만원짜리 대형 비누 제조기를 주문받아 수출한 경험도 있다.

관련기사

[ [환경국부시대-24] 재활용 비누 만드는 방법 ]

[ [환경국부시대-24] 롯데리아, 매달 폐식용유 모아 비누 생산, 고객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