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방보조금 삭감으로 재정난…기부금입학등 학생유치 치열 ##.


호주 대학들이 최근 들어 재정난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내로라할 명
문 대학들이 앞장서 '기부금 입학' 제도를 도입하고 외국 학생 유치를
위해 아시아 각국에 홍보 세일스팀을 파견하는 등 안간힘을 다하고 있
다. 연방 정부의 든든한 재정 지원으로 태평성대를 만끽했던 대학들이
갑자기 밀어닥친 정부 보조금 삭감 정책에 따라 자구책 마련에 나선 것
이다.

연방 정부가 깎아 내린 대학 보조금은 지난 2년 동안 6억8천만 호주
달러(약 4천6백90억원·1호주달러는 약 6백90원)가 넘어버렸다. 이렇게
되자 거의 국공립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 호주 대학들마다 긴급 처방에
나섰다. 대학들은 우선 등록금 인상을 강행한 데 이어 교직원 수를 줄
이고 비인기 학과를 없애는 등 나름대로 머리를 짜냈다. 하지만 이렇다
할 효험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대학 등록금 인상은 곧바로 신입생 감
소라는 결과를 빚어 오히려 자충수를 둔 꼴이 되었다. 교직원 감원 또
한 대학 질 저하로 이어져 학교 이미지만 흐려놓은 꼴이 됐다.

●기부입학 반발 원로교수·학생, 학교와 대립.

호주의 대학 등록금은 학생들이 정부에서 저이자로 빌린 뒤 졸업 후
취업과 함께 갚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신입생 상당수는 인상된 등록금
상환 부담을 의식, 대학 지원을 포기하는 현상마저 빚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대학간 신입생 유치 경쟁은 갈수록 치열, TV·신문 홍보 광고가
신학기마다 줄을 잇고 있다. 게다가 고등학교에 교수들을 파견, 학생
스카우트에 열을 올리는 등 과다 경쟁으로 치닫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대학간 학생 유치 전쟁이 투자에 비해 사실상 효험이 없자 거센 항의속
에서도 기부금 입학 제도를 도입하고 있으며 외국 학생 유치를 위한 판
촉에도 나서고 있다.

호주에서 명문으로 쌍벽을 이루는 시드니 대학과 뉴사우스웨일스 대
학이 내년부터 기부금 입학제를 도입키로 결정했으며 다른 대학들도 늦
어도 2년 뒤부터 이 제도를 도입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기부
금입학제는 한마디로 정상 등록금의 3배가량이 넘는 10만 호주달러(약
6천9백만원)가량을 등록금으로 받고 원하는 학과에 학생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주 정부 지명 의원 및 대학 교수, 학생 대표로 구성된 시드니 대학교
평의회는 최근 평의회 위원 19명이 격렬한 찬반 논쟁 끝에 15대 4로 기
부금 입학제 도입안을 통과시켰다. 이 가운데 정부가 지명한 위원 3명
은 모두 기부금 입학제에 찬성 표를 던졌는데 이는 정부가 대학 보조금
을 줄이는 대신 대학 재정 자립을 유도하겠다는 의지 표명으로 받아들
여지고 있다.

시드니 대학교 부총장 가빈 브라운 교수는 "연방 정부의 재정 지원이
해마다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기부금제 도입은 대학 존립을 위해 불
가피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일부 원로교수와 학생들은 "기부금 입학제는 학생들의 학업
능력에 따라 입학 여부를 결정짓는 대학의 신성한 의무를 저버리는 행
위로 호주대학들은 머잖아 머리 없는 부유층 자녀들로 메워질 것"이라
고 혹평했다.

시드니 대학교 총학생회는 학교 결정에 반발, 연일 교내 시위를 벌이
는 등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학생 대표로 시드니 대학교 평의회 위원인 다난자얀 스리스칸다라자
군은 "호주의 양심이기도 한 시드니 대학교의 결정은 미국과 같이 대학
사립화를 가속화시켜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들의 대학 입학 길을 막는
결과를 빚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일부 원로 교수들은 "대학 재정
도 중요하지만 돈으로 대학 입학을 결정한다면 결국 가난하고 능력있는
학생들의 대학 교육 기회를 박탈하는 부작용이 빚어질 것"이라고 말했
다.

그는 또 "호주 대학의 사립화 현상을 막고 교육 기회 균등 보장을 위
해서도 정부 재정 지원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기부금 입학 제도는 아직 세부적 방침이 확정되지 않고 있으나 현재
까지 알려진 바로는 등록금 10만 호주달러를 입학과 함께 내는 학생은
합격선이 높은 의과·법과계를 비롯한 모든 학과에 대입 예비고사 성적
과 관계없이 먼저 배정된다는 것이다.

●학생 데려오면 보너스… "이미지 걱정".

호주 대학이 대학 재정 보충을 위해 전력투구하고 있는 또 다른 길은
외국 유학생 유치이다. 호주 대학들은 최근 크게 늘고 있는 아시아 출
신 학생유치를 위해 한국, 일본, 홍콩,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지에
세일스단을 파견, 대학 홍보에 주력하고 있다. 뉴사우스웨일스주의 시
드니대학과 뉴사우스웨일즈 대학을 비롯, 멜버른, 브리즈번 등지의 상
당수대학들은 현재 외국 학생이 전교생의 20∼30%를 차지하고 있다. 또
외국인 학생 중 아시아 출신은 전체 유학생의 70∼80%를 점하고 있는
상태이다.

그러나 대학간 외국 학생 유치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면서 심지어 판
촉상품까지 등장하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일부 대학에선 외국 유학생
이 본국으로부터 새로운 유학생을 유치해올 경우 컴퓨터나 외국 여행
상품을 보너스로 제공하거나 '커미션'을 제시하는 웃지못할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때문에 호주 교육계는 대학들이 재정난으로
어려움을 겪는 만큼 지성의 전당 이미지가 갈수록 흐려질 수밖에 없다
고 우려하고 있다.

호주의 대학이나 대학생들은 그동안 정부 보호 아래 돈 걱정 없이 학
교 살림이나 학교 생활을 꾸려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정부의 대학
보조금 삭감 정책과 아울러 중·저소득층 대학생들에게 지급되는 학비
보조금 역시수혜 조건이 까다로워지고 있어 앞으로 대학이나 대학생 스
스로가 자생 능력의 길을 찾을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
사정이 어떻기에…
대부분 연방 지원 의존, 국공립 성격
---------------------------------------
사립 대학 몇 곳을 제외한 대부분의 호주 대학은 연방 정부 재정 지원
에 크게 의존하는 국공립 성격을 띠고 있다. 대학 학사 행정은 주정부
지명 위원 및 대학 교수, 학생 대표로 구성된 대학 평의회(Senate)에서
결정하지만 정부의 재정 지원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정부 입김이
강할수밖에 없다.

연방 정부는 호주 대학생들에게 등록금을 저이자로 빌려준 뒤 졸업 후
연간 2만5천호주달러(약 1천7백만원)이상의 소득을 올릴 때 이를 조금씩
상환토록 하는 이른바 고등교육 지원 계획 제도를 수립, 모든 계층의 학
생들이 대학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특별한 배려를 하고 있다. 또 부모
수입이 그리 많지 않은 저소득층 자녀 중 16세 이상 고교·대학생들에게
최소한 월 20만원에서 40만원 가량을 생활 보조금으로 무상 지원한다.

호주 대학은 매년 11월 중순 주정부가 실시하는 대학 입학 예비고사
성적을 토대로 신입생을 선발하며 학생들은 예비고사 성적에 따라 대학
과 학과를 선택한다. 의과·법과계는 합격선이 높아 고득점자 상당수가
이에 몰리는 경향을 보인다. 특히 시드니 대학과 뉴사우스웨일스 대학의
의과 및 법과 대학 합격선은 1백점 만점에 98점 안팎까지 올라가 수험생
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이 때문에 대학 입학 예비고사를 겨냥, 고2·고3 학생들의 입시 준비
가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 성적이 부진한 학생들은 고교 1학년에서 고등
교육을 정식으로 이수하고 직업 교육을 위주로 하는 전문대학에 진학하
거나 바로 취업에 나선다. 최근에는 의과·법과계에 아시아 출신 학생들
이 대거 진출, 호주 언론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