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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성 사후 북한은 '인민공화국' 창건이래 가장 엄혹한 시련과 도전
을 겪었다. 사회주의 '형제국가'들의 붕괴로 사회주의사상과 제도에 대
한 국내및 국제사회의 회유와 이탈이 급증하고, 사회주의 국제시장이
해체됨으로써 엄청난 혼란과 침체에 빠지게 됐으며, 설상가상으로 불어
닥친 홍수로 극심한 식량난에 직면해 사회전체기반이 흔들릴 상황에 처
했다.

그러나 가장 심각한 것은 김일성이라는 신적이며 환상적인 정신적 지
주가 사라진데서 오는 허탈과 비관, 방황에서 오는 사회의 혼란과 이탈
이다.

이러한 변화된 국내 및 국제환경속에서 체제를 수호하려는 김정일 정
권의 3년간 정책에는 일련의 특성들이 발견된다.

우선 김일성정권 시기에는 사회주의 제도를 발전시키기 위한 정책이
주요 과제였다면 김정일정권의 주요과제는 변화된 환경속에서 국내 및
국제사회로부터 받는 여러가지 '압력'으로부터 체제를 수호하는 것이다.

김정일정권의 체제수호적 국내정책은 김일성에 대한 우상화를 그 어느
때보다 극대화시키면서 동시에 김정일 우상화 작업을 광적으로 벌이는
것과, 사회에 대한영도의 중심을 '평화적 시기'의 당 중심에서 '비상사
태적 환경'에 대처하기위한 군중심으로 급속히 전환시켜 국가의 병영화
를 다그치는 형태로 나타났다.

다른 한편으로 심각한 경제난을 극복하기 위한 경제정책에서 기존의
중앙집권적이며 계획적이며 동원적인 행태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지만
일련의 '현실적인' 정책을 채택, 시행해왔다. 경공업에 대한 우선 투자,
수출전문경공업기업들의 확대, 무역기구 개편 및 확대, 대외투자유치를
위한 적극적인 홍보 및 소극적 제도정비, 유엔 및 국제기구와 단체 등
에 대한 지원호소와 적극적 수용 등 기존에 기대할 수 없었던 일련의
정책등이 취해진 것이다.

이와함께 중앙집권적 계획적 통치체계가 약화되고 자급자족적인 지방
방임통치방식으로 어쩔 수 없이 변화되었다.

지난3년간 북한의 사회-정치-경제적 난관을 극복하기 위한 정책적 대
안의 합리적 방안이 올바르게 모색되지 못했다. 북한의 경제난을 중심
으로 한 체제위기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에는 내부적 구조개혁, 대외적
환경조성과 함께 남북한 신뢰회복이 중심과제이나 지난 3년간 대남관계
개선을 위한 그 어떤 노력도 없었다.

체제 이탈현상의 특징으로는 지난 시기 사상과 제도와 지도자에 대한
비판은 주로 외부와의 접촉경험이 있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형성되었지
만, 지난 3년간은 북한체제내에서 자연적으로 형성되고 증폭되면서 체
제이반의 대상에 각계각층을 포함하면서도 상층부로 넓어지는 경향을
나타냈다.

이와같이 김일성 사후 체제수호를 위한 김정일정권의 필사의 노력이
경주되어 왔지만 3년이 지난 오늘의 북한체제는 그 자체가 가지고 있는
비정상적인 구조적 모순에 의해 그 해결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