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경제침체-정치불안-노동시장 불안" 지적 ##.
"국제 경쟁력을 높이자"는 구호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오고 있다. 70∼
80년대 우리 경제가 저임금·저곡가를 담보로 놀랄 만한 성장을 이뤘다
면, 이제 우리는 새 물꼬를 터야 할 지점에 와 있다. 우리 경제 상황이
나 세계 환경 모두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제 그 나라의 힘, 성장 잠
재력을 말할 때 국민총생산(GNP)이나 국내총생산(GDP)만을 언급하지 않
는다. 그런 화폐적수치는 그나라 경제가 이제까지 이룬 결과물일 뿐 미
래를 담고 있지 않기때문이다. 국가의 경쟁력은 사회의 기반 구조와 삶
의 질, 교육과 과학 기술에 대한 투자 등 다양한 요소의 총합으로 빚어
진다. 무한 경쟁 시대에 들어선 지금 한국은 경쟁력 전쟁에서 어떻게
승자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주간조선은 '국제경쟁력 공인 심판관'으로
이미 명성을 확보하고 있는 스위스 로잔의 국제경영개발연구소(IMD)와
제네바의 세계경제포럼(WEF)을 찾아가 국제경쟁력 보고 현장과 전문가
들이 지적하는 한국 경쟁력의 현재와 전망을 들어 보았다. .
스위스 로잔에 자리잡은 국제경영개발연구소(IMD·International
Institute of Management Development)나 제네바의 WEF(World Economic
Forum)가 '국가 경쟁력 연례 보고서'를 내놓을 때마다 세계 각국에서는
비상한 관심을 보인다. 마치 수험생이 합격자 발표를 기다리는 심정과
도 흡사하다. 두말할 필요도 없이 이들이 발표하는 경쟁력 순위와 지수
가 새로운 패러다임의 경제 지표를 제시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IMD
등이 발표하는 각국의 경쟁력 순위는 국제 경제 전쟁 시대에서의 전력
지수나 잠재력을 종전의 GNP, GDP 등 재래식 통계 수치보다 더 잘 나타
내 준다. 한국이 받아쥔 성적표는 최근 발표한 IMD의 '97 국가 경쟁력
연례 보고서'에서는 46개국 중 30위, WEF 보고서에서는 53개국 중 21위
를 차지해 양쪽 모두에서 중간이나 그 이하로 평가받았다.
국제 경쟁력 보고서의 '산실'인 IMD와 WEF를 찾아 스위스 로잔과 제
네바를 갔다. 호숫가에 자리잡은 IMD는 생각보다 규모가 작았다. 세계
에서 손꼽히는 MBA 과정이 있지만 매년 80명의 '작은 규모'를 적정선으
로 유지한다는 것이 이곳 관계자들의 말이다. 연구소에서는 모두 영어
로 이야기한다.
먼저 IMD 본부에서 피터 로랑주 사장을 만났다. 그는 "우리 보고서
에 대한 반응이 엄청난 건 사실이지만 잘못 이해되는 측면도 있다"고
말을 꺼낸다. 무엇보다 지나치게 순위에만 집착한다는 게 그의 지적이
다. "국가 경쟁력에서 어떤 요소가 중요한지는 시대에 따라 달라집니다."
로랑주 사장은 "우리 보고서가 각 나라별로 장점과 약점, 나아갈 길에
대해 정부와 기업인들이 진지하게 토론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한다.
국제 경쟁력이란 개념을 처음 만든 인물로 이 분야 세계 최고 권위
자인 슈테판 가렐리 교수를 경영학교 교수실에서 만났다. 가렐리 교수
에게 "한국경제가 경쟁력을 회복하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물었다.
그는 잘 알고 있다는듯 머뭇거리지도 않고 국내 경제의 침체와 정치
불안정, 노동법 개정을 둘러싼 노동 시장의 불안 등 3가지 이유를 들었
다. 그는 특히 정부의 부패가 한국 경제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고 지
적한다. 한보 사태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듯 행정이 투명하지 못하고, 뒷
거래 계약이 만연한 나라에서는 경쟁력의 기반이 만들어질 수 없다는
것이다. 만연한 부패는 경제 성장을 늦출 뿐 아니라 외국 투자를 위축
시키는 등 나라 전체의 발전을 막는다고 그는 강조한다. 그는 "자유 무
역·개방경제 시대에 알맞은 정부형태는 '작은 정부'"라고 지적한다.경
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각 분야에서의 정부 개입을 줄여나가야 한다는
설명. 유럽 각국이 정부가 맡아하던 분야를 사적 영역으로 넘기고 지출
을 줄이는 '대수술'을 감행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는 또 "한국 경제가 70∼80년대 성공 신화를 만들며 급성장했지만
사회전반의 수준이 함께 올라가지 못한 것도 문제"라고 지적한다. 허리
띠를 졸라매고 열심히 일한 만큼 국민들이 이제 좀 삶을 즐기고 싶어
하는 것은 당연한 요구라는 지적이다. 국가가 국민들에게 과실을 돌려
주지 못할 때 사회 전체는 비효율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그 대표적
인 예가 일본이라고 그는 지적한다. "싱가포르는 주택, 교육, 건강 사
업에 투자하면서 국민들에게 골고루 혜택이 돌아가게 했고, 지금 경쟁
력 1·2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그는 국가 경쟁력은 한 가지 요소가 끌고 가는 게 아니라 각기 다른
요소들간 조화에서 나온다고 설명한다. 수출에 주력하고 해외 투자를
늘리는 진취성(어그레시브)과 외국인 투자를 끌어들이는 유인성(어트렉
티브), 세계 시장에서 경쟁해야 할 분야의 육성과 농업 같은 전통적인
국내 산업의 보호, 자유 경쟁 분위기와 사회적 응집력의 상호 조화 가
운데 나라가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 수출과 경쟁적인
분위기 등 한쪽 측면만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 같다고 그는 지적한다.
"수출은 돈을 가져오지만 외국인투자 유치는 일자리를 가져옵니다.두
가지 모두 나라 경제에 보탬이 되지요." 한국과 일본이 수출에 주력한
다면 아일랜드와 아이슬란드는 외국투자 유치로 경제 성장에 박차를 가
하고 있다. 미국은 양쪽 모두 활발한 예. 영국은 수출 중심에서 외국인
투자 유치 쪽으로 방향을 돌렸다고 그는 설명한다. 한국은 외국인이 진
출하기에 아직 지나치게 규제가 많다는 지적이다. 가렐리 교수는 국가
경쟁력이란 일시적인 구호나 조치로 얻어지는게 아니라고 강조한다. 그
나라가 나아갈 방향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탄탄한 경제 프로그램을 세
웠느냐에 따라 좌우된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 경제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 국가 행정에서 뒷거
래를 없애고 거래를 투명화할 것 ▲ 경제 분야에서 국가 간섭을 줄일
것 ▲ 컴퓨터와 통신 기술 등 기술과 인프라스트럭처 구축에 주력할
것 ▲생산력과 노동 비용의 균형을 잃지 말 것 ▲ 교육의 질을 높일 것
을 충고했다. 교육은 경쟁력의 발판, 아일랜드와 핀란드가 질 좋은 교
육으로 일어선 예라고 설명한다. 고등 교육뿐 아니라 과학 기술에 치중
하는 질좋은 중등교육이 나라발전의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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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경쟁력 평가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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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경쟁력에 대해 IMD는 '한 나라가 부가 가치를 만들어내는 능
력', WEF는 '경제 성장을 유지·발전시키는 국가의 경제 능력'으로 정
의한다. 국가의 부가 가치는 사회 전체의 효율성과 기술력, 문화 등 다
양한 요소의 총합으로 빚어진다. 세계 전체가 개방경제·정보화 시대로
나아가고 있어 교육, 과학기술에 대한 투자, 국제화 등이 점점 더 중요
한요소로 부각되고 있다. 이런 변화에 따라 보고서를 만들 때 IMD는 인
터넷 사용, 통신 기술, 정부의 효율성 등을 경쟁력의 중요 항목으로 추
가했고, WEF는 환경정책과 정보기술 등의 항목을 추가하고 있다. 환경
이나 인권상황도 요즘은 국가 경쟁력의 중요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영
향력이 큰 비정부 기구가 환경이나 인권 문제를 들어 한 국가나 기업을
표적으로 삼을때 그 피해는 막대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국제경쟁력 연례 보고서가 처음 나온 것은 1987년. 당시 WEF에 있던
슈테판 가렐리 교수가 처음 내놓았다. 이 보고서는 "GNP와 GDP 등 화폐
적 수치로만 나라의 힘을 평가할수 없다"는 문제의식에서 시작됐다. 그
나라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생활수준은 화폐적 수치와는 동떨어져 있
다는 생각에서다. 소비자 물가와 물가 상승률, 환율 변동, 교육 투자
등 나라의 미래를 결정짓는다고 생각되는 2백여 가지 항목의 자료를 모
아 경쟁력을 재기 시작했다. 가렐리 교수는 6년전 IMD로 자리를 옮겼고,
IMD와 WEF는 한동안 함께 보고서를 만들었다. WEF가 별도팀을 구성한것
은 2년전부터. 제네바 WEF 연구진과 미국 하버드대 국제개발연구소팀이
함께 방법을 고안하고 자료를 수집해 보고서를 만든다. 두 보고서 모두
26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와 신흥공업국등 세계 시장에서 막대
한 영향력을 끼치는 나라들을 대상으로 한다.
IMD는 3분의 2는 세계은행 등 국제 기구와 각국 정부, 민간 연구소
로부터 수집한 통계, 3분의 1은 각 나라 경영자 2천5백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를 바탕으로 보고서를 만든다. WEF 보고서도 세계 경영
인 3천여명을 대상으로한 설문 조사를 절반 가까이 반영해 경영인들이
현장에서 피부로 느끼는 것을 중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