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은행제도 개편을 둘러싸고 작금에 벌어지고 있는 정부와 한은의
치열한 대외로비 경쟁을 보고 있으면 한심하다 못해 나라의 장래가 크
게 걱정스러워진다. 일국의 중앙은행 제도를 손질하려면 다른 어떤 제
도개편보다도 더 신중하고 더 사려깊은 지혜를 모으는 수준높은 작업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개편안은 아닌 밤중에 홍두깨식으로 너무나
조급하게 서두르는 형색이 역력하여 국민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애
초발단은 금융개혁위원회가 금융개혁 과제의 하나로 중앙은행 위상을
높인 개편안을 마련한데서 비롯되었다.

문제는 이 시안이 발표되자마자 금융을 한손에 틀어쥔 재정경제원이
서슬푸르게 앞장서서 이 시안을 환골탈태, 문제가 복잡해졌다. 이 과정
에서 금융개혁위의 본래 취지였던 중앙은행의 자율과 중립은 뒷전인 채
정부의 간섭과 통제만 오히려 강화됐다는 게 한은의 불만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른바 합의안 발표 이후 정부와 한은이 보여주고
있는 행태들이다. 아무리 존립위기라 해도 중앙은행답지 않은 노조시위
나 운동의 차원으로 이 문제를 몰아가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중앙은행다운 냉철한 이론과 설득이 제격이다.

반면 정부의 행태는 더욱 한심하다. 제대로 협의내막을 밝히지도 않
은채 이른바 '4자합의안'이라며 연일 각계 로비에 여념이 없으니 국민
들이 보기가 딱하다. 과거 그 많은 민생관련 법안에 대해 정부가 과연
이번처럼 열심히, 그리고 집요하게 로비하고 설명해준 적이 있었는지
의심스럽다. 정부와 그리고 한은은 이성으로 돌아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