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4장 돌아가는 길⑭ ##.

"안 되믄 그래야 될쎄, 어여튼 꺼낸 소주이 우선 한 병 내노소. 거 뭐
시로 맛동산 한 봉지 하고.".

그렇게 되니 경문이란 청년과 크게 다를 바 없는 술자리가 되었다. 술
에 까탈을 부리는 편은 아니었지만 인철은 그런 술을 제일 못 견뎌 했다.
원래도 소주는 좋아하지 않는 데다가 마른 과자를 안주로 먹는 소주는
꼭 뒤탈이 있게 마련이었다. 마지 못해 술잔을 받기는 해도 별 생각이
없어 첫잔부터 찔끔거리는데 두 잔을 거푸 비운 정식이 문득 경문이란
청년을 돌아보며 말했다.

"어이, 경문이. 한 방에서 이래 따로 따로 술판을 벌일 게 아이라 합
치자꼬. 서로 못 볼 사이도 아이고….".

그러다가 좋은 생각이 났다는 듯 갑자기 목소리를 높였다.

"여다는 말이라, 이 인철이라고 바로 너의 땅 그전 임자라. 산을 파
뒤 배개간지를 만든 명훈이 형님 동생이라꼬."
"이 인철이? 그럼….".

상대가 뜻밖으로 아는 체를 하며 인철을 쳐다보았다. 그때 인철에게도
갑작스레 떠오른 생각이 있었다. 어쩌면 어머니와 형은 떠날 때 저 사람
들에게 연락처를 남겼을는지도 모른다. 아니, 나중에라도 반드시 저 사
람들에게 주소를 알려 주었을 것이다. 돌아오는 내가 가장 먼저 들를 곳
은 바로 그들이 사는 개간지일 테니까.

"혹시 저에 관해 무얼 들은 게 있습니까?".

인철은 아직 인사도 나누지 않은 사이지만 그렇게 물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경문이란 청년도 별 스스럼 없이 대답했다.

"집에 편지가 몇 통 있어서… 이 인철에게 온 것도 있고 이 인철이 보
낸 것도 있고….".

그러면서 인철을 가만히 살피는 게 네가 그 사람이었어, 라고 묻는 듯
했다. 보낸 편지는 자신이 몇 달에 한 번씩 어머니에게 발신인 주소 없
이 보낸 것일 터였다. 그런데 온 것이라면….

"제게 온 것은 주소가 있었습니까?"
"그런 것 같은데… 그것도 여러번 주소가 바뀌었지 아마.".

인철이 꼬박 꼬박 존대를 쓰는 데 비해 상대는 계속 반말이었다. 그러
나 인철은 그걸 불쾌하게 여길 겨를이 없었다.

"마지막 주소는 어딥니까?"
"서울이고… 영등포 어디든가….".

그 때 다시 정식이 끼어들었다.

"먼저 정식으로 인사부터 해라. 이 쪽은 이인철이고오…."
"아까 말했잖아.".

"이 쪽은 윤경문이라꼬 너 개간지 사온 사람집 아들인데 작년에 진안
농고 나와서…."
"이인철입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인철은 그러면서 고개까지 꾸벅했다. 그때 다시 정식이 끼어들었다.

"우리하고 동갑이다. 촌에서 뭐 그래 깍듯이 말 올릴 거 없다. 니도
공부는 할마이(할만큼) 했고….".

정식이 진작부터 하고 싶던 말은 그거였던 듯했다. 경문도 별로 불
쾌하게 여기는 기색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걸 기다렸다는 듯 비로소 돌
아앉으며 희미한 미소까지 지었다.

"당연하지. 어이, 도시 예절 티내지 말고 여기서 하던대로 해. 우리
서로 말트고 지내자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