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버시(미콜로라도주)=박두식기자'.

22일(현지시각) 폐막된 덴버 '8국정상회의'는 갈수록 실무적이고,
간편화되는 현대 정상외교의 추세를 느낄 수 있게 해 주었다. 미국 등
8개국 정상들은 21일 저녁 딱딱한 양복을 벗어던진 홀가분한 심정으로 저
녁을 함께 했다.

클린턴은 청셔츠 차림에 카우보이 부츠를 신고 등장했고, 하시모토
일본 총리는 사진기자들 앞에서 바지를 걷어 클린턴이 선물한 부츠를 보
여주기도 했다.

덴버시 공립도서관에서 진행된 원탁 8국 정상회의에서 '격의없는
대화'들이 오갔다고 각국 대표단은 설명했다. 회의 시작부터 서로 이름
(퍼스트 네임)을 불렀다.

옐친 러시아대통령은 공식 기자회견에서 클린턴 미대통령을 "나의
가장 친한 친구 빌"이라고 했다.

지난 4월 워싱턴 방문 중 백악관에서 심야까지 함께 TV를 시청했던
하시모토는 목 하나 만큼 키가 더 큰 클린턴과 어깨동무를 하는 모습이
전혀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미언론들은 이런 모습들을 가리켜 "자연스럽고 친밀한 정상간의 교
류가 일반화되고 있다는 증거"라고 평가했다.

갈수록 구체적이고, 실무적인 성격으로 변해가는 정상회담의 내용
의 변화를 반영하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8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정상
외교는 의례 딱딱한 의전과 경호가 지배했다.

정상들은 녹음기를 틀어놓은 것처럼, 실무진들의 지침을 반복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들어 정상외교는 구체적인 합의
를 도출키 위한 하나의 '외교 현장'으로 자리잡고 있는 추세다.

매주 워싱턴시를 방문하는 각국 정상들이, 이른바 의전행사가 주를
이루는 '공식방문'보다는 '실무방문(Working Visit)' 형식을 더 선호하는
것도 이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덴버 회의에서 90개 항목에 이르는 공동 코뮤니케가 발표될 수 있
었던 것도, 인간 복제문제에서부터 환경문제의 세부 사항들, 그리고 경제
와 안보분야 전반을 넘나드는 구체적 토의들이 정상간에 이뤄졌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