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부터 전세계의 지뢰금지 운동 단체들이 정한 '지뢰 희생자들을
위한 기도 주간'이 시작됐다. 이틀 뒤 브뤼셀에서는 '대인지뢰금지협
약안' 마련을 위한 각국 정부 대표들의 회동이 예정돼 있다. 9월에는
오슬로 후속 회의가 있고 12월 캐나다 오타와에서는 70여개국 대표가
모인 가운데 마침내 '대인지뢰 금지협약 서명식'이 거행될 예정이다.
전세계적으로 지뢰를 완전히 뿌리뽑기 위한 노력들이 한창이다. 지
금까지 53개국 이상이 지뢰금지 지지를 천명했고 독일, 멕시코 등 20
여개국은 대인지뢰사용을 전면 중단했다. 또 영국 등 주요 국가들도
사용중지 입장을 속속 밝히고 있다.
물론 당장 하루아침에 지뢰가 모조리 없어질 리 없다. 세계 곳곳
의 파벌이나 내전 당사자들이 쉽사리 지뢰 사용을 포기할 지 의문이다.
이탈리아, 러시아, 중국 등 주요 지뢰 수출국들도 내심 불만이다. 또
미국상-하원 의원들은 지난주 "오는 2000년부터 미군이 대인지뢰를 사
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을 마련하자"면서도 "한반도는 특수한 상황
이니만큼 대통령이 알아서 결정할 일"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미 국방
부는 지난 17일 한반도만을 유독 예외로 인정한 지뢰사용금지 조치에
대한 질문을 받고 "안보상 한반도는 지뢰 사용이 중요한 지역"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결국 올 연말, 전세계적으로 대인지뢰금지조약이 발효
된다하더라도 남-북한만은 유일하게 '합법적인' 지뢰밭으로 남게 될
운명에 처하게 된 것이다.
지뢰는 때와 사람을 가리지 않는다. 군인과 민간인을 구분하지 않
는다. 총알이나 포탄처럼 대상을 향해 조준하는 것이 아니다. 휴전협
정도 아랑곳 않는다. 국제적십자사 등 유관기관에 따르면 지구 곳곳에
는 현재 1억1천만개의 지뢰가 깔려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세계 인구
48명의 발 밑에 지뢰가 1개씩 놓여있는 셈이다. 지뢰매설 국가는 70여
개국에 달한다. 지뢰를 건드려 목숨을 잃거나 손발이 잘려 불구가 되
는 사람들은 매년 2만6천여명에 달한다. 20분에 1명꼴로 희생자가 발
생하는 것이다. 지뢰 희생자 가운데 80%는 민간인, 20%가 어린이다.
세계 2차대전이나 베트남전 등 전쟁의 유산으로 지뢰가 남아있는
지역도있다. 또 지역 분쟁으로 총성이 멈추지 않는 곳, 내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곳에는 어김없이 지뢰가 묻혀있다. 60년대 치열한 독립전
쟁을 치른 뒤, 곧바로 내전의 소용돌이에 휩싸인 앙골라는 인구는 1천
만명 남짓이지만 매설된 지뢰는 1천5백만개로 사람 숫자보다 지뢰가
더 많은 상황이다. 캄보디아, 아프가니스탄, 보스니아와 크로아티아에
서도 쉴새없이 지뢰가 터지고있다. 지뢰 때문에 난민 송환과 국제기관
의 식량전달 등 구호활동도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루하루 새로 묻히는 지뢰는 매일 제거되는 지뢰의 양을 능가한다.
유엔은 지난 95년 한해 동안 10만개의 지뢰가 제거된 반면 2백만∼5백
만개가 새로 매설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미 묻혀있는 지뢰만 가
지고도 다음 세기, 다음 세대까지 충분히 대량 인명학살이 가능하다.
창고에 쌓인 채 매설될 날을 기다리는 지뢰만도 1억개에 달한다고 한
다. 아프리카에서 아시아, 유럽에 걸쳐 많은 사람들에게 별 생각없이
발걸음을 내딛을 수 있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 큰 축복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