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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칭스태프가 조심스럽다. 선수들 방앞에선 발끝을 세워 걷는다.
취재진에도 선수들 인터뷰는 일체 자제해 달라고 신신당부했다.
박감독은 18일 오전 팀 미팅때도 프랑스전에 대해서만 말을 나눴을
뿐 남아공의 '남'자도 꺼내지 않았다. 질책은 물론이고 무승부에 대한 원
인분석도 없었다."자꾸 얘길 꺼내면 애들 신경이 날카로워진다"는 이유다.
현지파견된 축구협회 임직원들에게도 '남아공 함구령'이 내려져 있
다. 박이천 감독이 가장 신경을 쓰는 부분은 선수들의 화합. 한 사람
에게만 스포트 라이트가 집중되면 어린 선수들은 민감하게 반응한다.
상대적으로 소외된 선수들을 다독이는데 애를 먹고 있다.한국은 강
력한 팀 플레이가 주무기. 뛰어난 한두명의 스타 플레이어에게 승리를 기
대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다. 조직력이 흩어지면 끝장 난다는 생각이다.
종료직전 결정적 찬스를 무위로 돌려 어깨가 축 처진 스트라이커
이관우를 위로하는 일도 박감독의 몫이다. 사실 박감독은 이관우에게 하
고싶은 말이 많겠지만 지그시 참는 눈치다. 선수들은 이날 하루종일 축구
관련 비디오를 보거나 휴식을 취하면서 하루를 보냈다.
오후에 30여분 가벼운 몸풀기를 한 것이 전부. 선수들 방에서는 간
간이 웃음소리도 흘러나왔다. 코칭 스태프의 걱정과 달리 '어제 일'은 잊
은듯 했다.
박감독은 "어리니까 좋은 점도 있구만"이라며 혼잣말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