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이곳에 왔을 때 일요일 밤을 목이 빠지게 기다린 기억이 있다.
밤 열두시면 텔레비전 채널 6번에서 포르노를 하기 때문이었다. 과연
그런 것이 공중파 방송을 통해 나오기나 할까 싶었고 어느 정도 수준
인지도 궁금했다. 그런데 그것은 진짜 포르노였고 너무 무지막지해서
쇼크의 수준을 넘어서 푸하 웃음이 터져나올 정도였다. 조금전까지만
해도 문화 정보가 나왔던 채널이었다.

이 나라 참 대단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뒤이어 참 자
신만만하기도 하구나 싶었고 마지막으로 자비롭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
었다. 대단하다고 느낀 것은 포르노를 문화정보와 꼭같이 인간이 봐야
하는 하나의 자연스러운 텔레비전 프로로 생각한다는 것 때문이었다.
자신만만하다는 것은 자기 나라 국민수준을 믿는 그 태도 때문이었다.
이런프로를 봤다고 짐승으로 변해 뛰쳐나가 성범죄를 일으킬 인간들이
있다고는 생각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자비로움. 거리에는 키스하는 사람들 투성이어서 이곳이 연
인들의 천국같지만 실제로 외로움에 찌든 인간들이 수두룩 하다. 어떻
게든 연인을 하나 만들고 싶은데도 매 주말을 혼자 보내야 하는 사람
들을 위한 공개적이고 공식적인 위로 프로인 셈이다. 외로운 사람을
생각하는 것. 텔레비전이 해야할 많은 기능 중에 하나라고 생각한다.

거리에서도 마찬가지다. 신문가판때엔 신문과 주간지, 예술잡지,
정보지, 그것들과 나란히 '청소년에게 악영향'을 끼치는 책도 팔고 있
다. 신문을 사고 필요하다면 포르노도 한권 사는 것이다. 그것은 신문
과 마찬가지로 인생의 필요한 한 부분일 뿐이다. 이미 오래 전에 열려
져버린 그것들은 이곳 청소년에겐 더이상 관심거리도 아니다. 그것 때
문에 자기 아들 망쳤다고 항의하는 부모들은 못봤다.

그렇다고 외로운 감성을 달래주는 종류의 것들밖에 없는가? 내가
자주 가는 프낙서점엔 신간 코너 옆에 '에로틱 문학' 코너가 있다. 세
계의 장장한 포르노 문학이 다 모여 있다. 에세이 코너를 지나 신간들
을 펼쳐보고 에로틱 문학을 둘러보는 그들이 내겐 싱싱한 숲처럼 보인
다. 그리고 고통스러운 질투를 느끼며 한숨 쉰다. 오, 모자람 없이 모
든 것을 받아먹을 수 있는 너희 행복한 나무들이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