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불법체류자와 결혼한 한국인 여성과 그 자녀들이 국내법의
보호권 밖에 놓여 국적취득, 교육, 보건혜택을 받지못하고 있다.

노동부는 17일 "현재 국내에 체류중인 22만명의 외국인 근로자중
불법체류자가 13만4천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불법체류 외국
인 근로자와 결혼한 내국인이 5천명에 이른다"고 말했다.

이중 적어도 2천쌍이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해 고민하고 있다는 것이
노동부의 추정이다.

이같은 현상이 일어나는 까닭은 현행 호적법체계가 남자위주로 되
어있어 외국남성과 결혼한 한국여성은 남편의 국적을 따라야하는데 호적
신고를 할 경우 불법체류사실이 드러나 강제로 추방당할 수밖에 없고 재
입국 또한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재입국이 가능하더라도 매 3개월단위로 비자를 갱신한 후 한국
을 방문해야해 막대한 비용과 함께 생이별을 감수해야하는 실정이며 한국
인 어머니의 호적에 올릴 경우 자녀는 아버지를 두고도 '사생아'로 분류
되는 웃지못할 일도 벌어지고 있다.

95년 한국여성과 결혼한 네팔인 서친씨(31)가족은 불법체류가 낳은
대표적 '이별케이스'. 91년 관광비자로 입국한 그는 결혼직후 태어난 딸
(4)의 국적을 놓고 고민하다 혼인신고를 했으나 불법체류가 드러나 지난
해 네팔로 돌아갔다.

서친씨는 1년6개월이 넘도록 재입국하지 못하고 있으며 그의 자녀
는 서씨가 혼인신고를 해버린 탓에 어머니 호적에도 오르지 못한 채 무호
적상태로 남아 있다. 서씨의 부인은 지난달 서울의정부지원에 '자녀국
적취득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92년 결혼한 방글라데시인 S씨(29세)는 합법적인 취업자여서 사정
이 좀 낫지만 갓 태어난 자녀(1세)를 자신의 호적에 올리면 3개월에 한번
씩 한국을 떠났다가 재입국해야하며, 한국인 부인의 호적에 올릴 경우 사
생아로 분류되는 현행법때문에 아직껏 결정을 못내린 케이스.

네팔인 G씨(29)는 "한국인 여성과 결혼해 한살배기 자녀를 두고있
는데 여지껏 혼인사실을 감춘 채 3개월마다 가족방문 목적의 비자(F1)의
유효기간을 연장하기 위해 가족과 떨어져 지낸다"며 "외국에 나갔다 들어
오는 데 소요되는 비용만 최소 1백50만원이 든다"고 호소하고 있다.

외국인 불법체류자증가와 함께 나타난 이런 새로운 현상은 비단 호
적취득에만 그치는게 아니라 분만시 의료보험, 진학 등의 어려움으로 이
어져 대책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성남 외국인 노동자의 집 양혜우(31·여)사무국장은 "올들어서만
한국여성과 결혼한 뒤 국적취득, 교육문제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례가
40여건에 이른다"며 "실태는 이보다 더할 것으로 보이지만 현재로선 개별
적인 민사소송외에 별다른 방법이 없어 정부차원의 대책이 요구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