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 H 윌킨슨 지음
상해 세관통계국간
명지대 LG연암문고 제공.
이 책은 원래 주한 영국총영사관에 소장됐다가 광복 직후 한 미군
장교의 손에 넘어간 것을 구입한 것이다. 저자 윌킨슨은 한말 서울에
서 영국의 대리총영사로 근무한 사람이다. 이 책은 조선의 정세변화
를 정보차원에서 구체적으로 정리한 것으로, 당시 중국 세관에서 막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던 로버트 하트에게 증정됐다. 1895년 원본이
완성되고 이듬해 약간의 보완을 거쳐 출판됐다.
이 책이 다루는 시기는 갑오경장이 있은 1894년부터 1896년 6월30
일까지이다. 이 시기는 한국사에서 처음으로 일본을 통한 서양의 헌
정구조가 접목되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일본공사인 오토리와
이노우에의 영향하에 조선의 제도를 일본의 그것에 근접시킨 것을 지
적하고, 그 구체적인 출발이 군국기무처의 설립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렇게 시작한 개혁은 광범위한 폭동을 유발시켜 결국 고종의 아관파
천으로 중단되지만 한국의 근대적 정치구조가 어떻게 어떤 모습으로
시발되었는가를 살피는 데에는 매우 중요하다.
책은 2부로 되어 있다. 1부는 갑오경장 이전의 재래적 통치구조를
소상히 밝히고 있다. 이 부분에서 주로 중국의 전통적 통치구조와 비
교하고 있는 것도 헌정사적으로 재미있는 일이다. 2부에서는 일본의
영향을 받아 성립된 새로운 통치구조를 밝히고 있다. 저자는 이 방면
의 전문학자가 아니어서 이렇다할 이론적인 검토는 없다. 그러나 성
실하게 기술한 것은 당시 연구에 큰 도움이 된다고 할 것이다.
저작에 사용된 자료는 국한문 혼용으로 처음 나오기 시작한 관보
다. 이를 아주 면밀히 검토한 것이 돋보인다. 주요 관직의 구체적인
봉급액수와 판공비까지 명기되어 있다.
우리의 통치조직은 아직도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과거 제도를 반추할 수 있는 이 책은 미래의 헌정제도를 구상하는데일조가 될 것이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