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부산간 2시간대 주파'라는 국민적 기대 속에 추진된
경부고속철도가 국가적인 골칫거리로 전락했다.

잦은 설계변경과
부실공사로 공기는 기약없이 지연되고 있다. 사업비 또한 눈덩이처럼
불어나 밑빠진 독에 물 붓는 격이다. 계획대로 강행하면 개통후 대규모
적자로 휘청거릴 게 뻔하다.

건설교통부 이환균 장관은 13일 "중간 점검결과 사업비는
17조∼19조원 사이에서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89년
기본계획 수립때 정부가 내놓은 건설비는 5조8천5백24억원.
93년6월에는 10조7천4백억원으로 재조정해 발표했다. 기본계획
수립후 8년, 착공 5년만에 당초 사업비의 3배 이상 늘어났다.

경부고속철도 관계자들은 그러나 이장관이 밝힌 사업비 규모는
일종의 '예시'일 뿐이라고 입을 모았다. 현재로서는 누구도 알지
못한다는 설명이다. "아직도 조정중이며, 실제 사업비는 20조원을 넘을
수도 있다"고 고속철도건설공단 관계자는 말했다.

20조원은 올해 정부예산 62조9천억원의 3분의 1 규모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4차선 고속도로를 4개 건설할 수 있으며, 지금과 같은 경부선
철도도 4개나 놓을 수 있는 돈이다. 이런 엄청난 돈을 쏟아붓는다
하더라도 과연 경부고속철도가 제대로 굴러갈 수 있을지 자신할 수
없는게 우리 현실이다.

개통시기도 최대한 빨리 잡아 내놓은 추정치가 2004년이다. 이미 당초
목표보다 2년 늦춰졌다. 이때문에 정부는 서울에서 대전 또는 대구
구간까지 우선 개통하고 나머지 구간은 기존 철도노선을 전철화해
고속전철을 연결 운행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경부고속철도를
'저속'선로에라도 굴려보겠다는 고육지책이다.

국가 백년대계여야 할 경부고속철도 건설사업은 애초부터
졸속이었다. 공단의 한 관계자는 "당초 발표된 사업비 5조8천억원은
일반철도 건설비에 30%를 더해 나온 숫자"라고 말했다. 아무런 과학적
근거없이 '정치적으로 상상해 본' 숫자였다는 것이다. 그 당시에는
딱부러지게 계산할 수 있는 능력도 없었다고 그는 고백했다.

93년6월 사업비 재산정 때 발표된 '10조7천4백억원'도 비판여론을
의식해 '10조원대'를 넘기지 않는다는 원칙 아래 만들어진 숫자였다.
당초 12조1천7백43억원으로 계상됐던 것을 투자비 절감 명목에서
1조4천3백43억원을 뚝 잘라버렸다. 투자비를 줄인다며 대전-대구역사
지하화가 지상화로 변경되었고, 교량 상부구조는 PC박스에서
PC빔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이 결정은 채 2년도 안돼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대전-대구 지하화는 95년4월 재결정됐다.

갈팡질팡하는 사이 허공으로 날아간 돈도 한 두푼이 아니다. 경주노선
변경으로 환경영향평가와 사전기초조사 등에 들어간 투자비 95억원이
낭비됐다. 3년에서 3년반 정도 공기가 지연된 탓에 추가 이자부담
등으로 1조8천억원의 손실을 입었다는 분석도 있다. 그러고도 고속철
사업비는 '아직도 계산중'이다.< 이동한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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