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4장 돌아 가는 길 ① ##.
"이게 누구야? 거, 저, 인철이 아냐?".
책방 아저씨는 금세 인철을 알아보았다. 열여덟에서 스물까지의 이년
은 외모가 크게 변하는 시기가 아니어서 그런 듯했다. 다시 찾아온게
이년전 인철에게 품었던 의심을 풀어 주었는지 그의 표정에도 경계하거
나 못마땅해 하는 그늘은 없었다.
"네, 그동안 잘 지내셨습니까?"
"나야 뭐, 그저. 그럭저럭… 그래 넌 그동안 어디 있었어?"
"부산에 있었습니다. 이집 저집… 하지만 이제 떠나게 돼서.".
인철은 그러면서 들고있던 책보따리를 슬며시 좌판위에 놓았다. 버스
정류장에서 거기까지 오는데도 어깨가 뻐근할 정도의 무게였다. 그걸
보자 헌책방 주인으로서의 근성이 발동했는지 책방아저씨가 물었다.
"근데, 그건 뭐냐? 책이냐?"
"네, 실은 그때문에 왔습니다.".
그러자 아저씨가 익숙한 솜씨로 보따리를 펴 한눈에 보기 좋게 책을
펼쳤다. 고등학교 교과서 대부분과 낡은 기초참고서 여남은 권이었다.
"뭐야? 또 고등학교 책들이구나. 어떻게 된거냐?"
"이젠 필요없어져서요. 들고 다니자니 짐만 되고….".
"그럼 그뒤 다시 공부를 시작했고…이제 정말로 집어치우는 거냐?"
"그게 아니라 이 책들은 필요 없어졌단 말입니다. 지금부터 본격적인
대입준비를 해야 되니까요.".
"하지만 예비시험이 아직 남았잖아? 올해 새로 시행되는 시험이라 모
두 긴장들 하는 모양이던데. 그걸 치르자면 이 책들 모두 필요한거 아
냐?".
주로 입학시험 참고서를 취급하다보니 입시제도에는 누구보다 밝은
책방아저씨였다. 인철에게는 그게 자랑하는 기색없이 자신의 성취를 알
려줄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이건 검정고시 준비할 때 쓰던 책들입니다. 괜찮은 대학엘 가려면
아직까지 이런 책에 매달려 있어서는 안되죠."
"오호, 그래? 그럼 결국 해냈군. 하기야 책 하나는 지독하게 읽어대
더니… 모든 책은 서로 통하나 보지. 어쨌든 축하한다. 보자아--.".
그러면서 책방아저씨는 인철이 싸가지고 간 책들을 뒤적였다. 책값을
가늠하는 것같았다.
"꼭 돈 때문에 가져온건 아닙니다. 버리자니 아깝고 들고 다니자니
짐되고 해서…."
"아까 떠난다고 한것 같은데 어딜 가려고?".
"집으로 돌아가려구요. 남은 두달은 본고사 준비에 힘을 모아야지요."
"집? 집이 없다고 하지 않았어?".
"나를 공부시켜줄 집이 없었다는 뜻이죠. 하지만 시험때까지 두달 잠
재우고 먹여줄 집은 있습니다. 다른건 내가 다 준비해서 돌아가니까요.".
그때까지도 인철은 집이 돌내골에 있음을 굳게 믿고 있었다. 무슨 치
기에선지 발신인 주소를 쓰지 않아 답장은 받지 못했지만 적어도 석달에
한번은 안부편지를 내온 그였다. 그렇게 말해놓고 나니 불현듯 집과 식
구들이 그리워졌다. 하지만 책방아저씨는 그런 인철의 감상에는 무관심
했다. 어느새 책방 주인으로 돌아가 사무적으로 말했다.
"몇달 데리고 있었던 정으로 여비를 주는 셈치면 모를까, 돈될만한 책
은 아니군. 교과서는 입시제도 따라 모두 바뀌었고.".
그러다가 갑자기 무얼 생각했는지 인철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좋은 생각이 있지만 말하기가 망설여진다는 그런 표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