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텃세-비합리적 관행에 심리적 박탈감까지 ##.
이모씨는 LA에서도 꽤 알려진 건축설계사다. 서울에도 고층빌딩을
비롯해 그의 작품 몇점이 있다. 5년전 그는 서울로 무대를 옮겼다. 고
국에서 활동하고픈 욕심에 내린 결단이었다. 하지만 이미 고국은 '낯선
곳'이었다.
"미국에서 왔으면 얼마나 알겠느냐"며 국내 기술자들 '텃세'가 만
만찮았다. 특히 그를 괴롭힌 것은 건축 인허가와 관련해 관공서 출입하
는 일이었다. 뒷돈이 오가지 않으면 되는 일이 없었다. 결국 창작역량
을 마음껏 발휘할수 없는 곳이라는 결론과 함께 1년만에 미국행 비행기에
다시 오르고 말았다.
대한항공 조종사 출신인 한 40대 후반 이민자도 최근 국내 항공사
조종 인력수요가 폭증하자 한국에서 일해보려고 돌아왔다. 하지만, 항공
사 조직은 한번 떠난 사람이 다시 들어오기에 너무 경직돼 있었다. 기존
조종사들 경계심과 '텃세'도 이만저만 아니었다. 그 역시 재역이민길
에 올랐다.
외국에서 소규모 자영업을 하다 고국에 정착해보려고 돌아온 사람
들 가운데서도 적지않은 이가 좌절하고 다시 돌아간다. 장사나 해보려
고 알아보지만 경쟁도 치열하고 이곳저곳 신경쓸 데도 많아 쉽지않다. 기
업체 임원이나 국장급 공무원으로 자리잡은 친구들 보기도 민망하고….
차라리 미국에서 마음 굳게 먹고 사는 게 낫겠다고 결론 짓는다.
재역이민자, 또는 재이민자들은 대개 소리소문없이 왔다가 돌아가
기 때문에 주변사람들 말고는 제대로 알려지지 않는다. 외무부 이민통
계에도 역이민에 실패하고 다시 돌아가는 이민자들 숫자는 잡히지 않는다.
프랑스, 미국에서 30여년간 살다 91년 귀국한 포항공대 박이문(67)
교수는 역이민자의 심리적 박탈감을 말한다.
"외국서 쌓은 경력이나 실력에 걸맞는 대우를 못받는다는 생각이
들수 있습니다. 합리적이고 공중질서를 잘 지키는 서구 사회에 익숙해
져 고국생활에 불편을 느끼는 경우도 많지요. 식당만 해도 너무 불친절
하고 불결합니다. 사소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사람에 따라 심각하게 받
아들일 수도 있지요.".
젊은 교수 몇몇이 그런저런 이유로 돌아갔다고 한다. 비자금과
대선자금이 연일 신문을 뒤덮는 후진적 정치도 짜증나고 뒷거래와 부패가
일상화된 경제도 마땅찮고. 규제도 많고 원칙에 어긋나는 비정상적 관
행도 한두가지 아니다. 장사할 바엔 차라리 미국이 더 낫다는 생각이
든다.
'연금'도 중요변수다. 미국서는 부부가 노령연금을 받으면 최소
생활은 할 수 있기 때문에 고국에서 정착하기 어려우면 언제든 돌아갈 수
있는 '기반'이 된다. 더욱이 가족을 현지에 남겨두고 부부나 혼자 귀
국하는 사람이라면 일단 '재역이민 요건'을 갖춘 셈이라 할 수 있다.
< 김기철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