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애틀랜타올림픽 양궁 남자단체전때 장용호(21·한남투자신탁)는
가방 깊숙이 태극기를 넣고 경기장에 나갔다. 금메달을 따는 순간 그걸
꺼내 휘날릴 작정이었다. 누가 시킨 게 아니었다. 장용호의 '단독행동'
이었다. 그는 끝내 그 태극기를 꺼내지 못했다. 뜻밖에도 한국의 패배.
거기엔 장용호 자신의 '실수'도 상당몫이었다. 평소 기량만 냈어도 가능
한 금이었지만 그의 시위는 유난히 떨렸다. "금메달을 따 태극기를 휘날
리면 TV 카메라가 잡을 거고 그러면 어머니도 보시겠지…." 장용호가 태
극기를 준비했던 것은꿈에도 그리던 어머니와의 재회를 위해서였다.
초등학교 2년때 집을 나간 어머니는 지금까지 13년째 아무 소식이 없
다.
행불처리돼 법적으로도 그의 어머니가 아니다. 그러나 따뜻한 어머니
품에 대한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돈 벌러 간다던 아버지도 영영 소식
이 없기는 마찬가지. 장용호는 할아버지, 할머니를 부모로 알고 자랐다.
할아버지는 노환으로 재작년에 돌아가시고, 지금 고향 전남 고흥엔 할머
니와 형 국태씨가 함께 살고 있다.
최근 끝난 코리아국제양궁대회서 임원들은 "장용호의 눈빛이 또 달라
졌다"고 입을 모았다. 목표에 대한 집중력이 예전보다 훨씬 강해졌다는
게전문가들의 평이다. 장용호는 4일 남자 50m선 348점으로 세계타이기록
을 쏴 전문가들의 분석을 뒷받침했다. 싱글라운드 합계선 1,360점으로
쟁쟁한 선배들을 제치고 본선에 1위로 올랐다. 개인전결승서 김보람에게
져 2등으로 물러섰지만, 7일 대회 마지막날 남자단체전선 한국A팀 소속
으로 B팀에게 고전하다 마지막 4엔드 세발을 모두 10점만점을 쏘며 우승
을 견인했다.
이제는 한국 남자양궁의 기둥으로 발돋움한 장용호는 부모에 대한
그리움을 쏘고 있는지도 모른다. 결코 오발할 수 없는 한발 한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