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라디오 '손숙 김승현의 여성시대'를 연출하는 신권철(40) PD는
라디오 PD를 '전천후 폭격기'라는 말로 표현한다. TV 쇼 PD처럼 공개방
송을 제작하고, 이벤트 회사 사장처럼 철따라 각종 이벤트를 꾸려내야
한다. 청취자 고민을 듣고 해결 방안을 조언하는 카운셀링도 빼놓을 수
없는 역할이다.

라디오 프로그램들은 날이 갈수록 오락, 음악, 교양, 시사 같은 성
격 구분이 모호해지고 있는 때문이다. 어떤 PD가 한 프로그램을 오랜
기간 지속적으로 맡기 어려운 순환연출 관행 탓에 더욱 그렇다.

6일 오전 여의도 MBC 7층 생방송 스튜디오 주조정실에서 만난 신PD
는 "제주도에서 다음주 동거부부 1백쌍 합동결혼식을 올려주기로 했다"
며 "행사준비하느라 제주도 갔다가 아침 비행기로 막 올라왔다"고 말했
다. 그의 컴퓨터 화면엔 공항에서 곧바로 출근해 만들었다는 부부들 이
름표가 떠 있었다.

신PD는 올해로 14년 째 라디오 연출을 맡고 있다. 서울대 불문학과
77학번인 그는 "내 전공은 불문에 부치라고 불문학"이라며 웃는다. 전
공을 써먹을 기회가 거의 없다는 얘기다. 그동안 거친 프로그램은 일일
이 기억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지난해 1월까지 '라디오시대'를 맡았고, 그 전엔 '배철수의 음악캠
프'를지휘했다. 그 외에도 '윤상의 디스크쇼' 'FM 모닝쇼' '김미숙의
음악살롱' 등 굵직굵직한 MBC 라디오 간판 프로그램들에 그의 손때가
묻었다.

그는 "라디오 PD는 신인급 DJ를 발굴해 나름대로 색깔을 입혀낼 때
가장보람있고 재미를 느낀다"고 했다. 그는 자신의 아이디어를 통해 인
기 DJ로 자리 굳힌 사람들로 윤상, 김미숙, 김승현을 꼽았다.

신PD는 라디오의 가장 큰 매력으로 TV와 달리 청취자들과 정을 주고
받을 수 있는 점을 꼽는다. "지난 연말 김장철에 친정 어머니가 돌아가
셔서 김장을 어떻게 담글지 걱정이라는 새댁 얘기가 나갔어요. 그러자
곧바로 옆동네 산다는 주부 청취자가 자기도 같은 경험이 있다며 도와
주겠다는 전화를 한 거예요. 이럴 때면 참 뿌듯하죠.".

신PD는 "어려서부터 왠지 라디오가 좋아 매일 끼고 살다시피 했다"
며 "음악이 있고, 청취자가 있는 한 좋은 라디오 프로그램 만드는 걸
천직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