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고도 수사 경찰이라고 할 수 있는가. 정부가 5일
치안장관회의를 열어 한총련의 뿌리를 뽑겠다고 다짐한 것과
달리, 정작 이석씨 상해치사 사건을 수사중인 경찰은
한총련에 질질 끌려 다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경찰은 사건 발생 이틀째인 5일까지 사건 현장보존 및
증거확보 등 초동수사에 완전히 실패한 채 이날 오후 뒤늦게
자진 출두한 사건 용의자와 참고인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였다.

이에 따라 수사는 폭행 가담자가 정확히 몇명이었으며, 폭행
전후 사정이 어땠는지에 관해서는 거의 전적으로 출두
학생들의 진술에만 의존하고 있는 상태이다. 더구나 출두
학생들은 자신들의 폭행 사실을 한총련 지도부는 전혀 알지
못했다고 주장하는 등 이들이 사전에 말을 맞춘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마저 제기되고 있다.

5일 오후 1시30분쯤 이루어진 참고인 조사의 경우도
한총련측이 요구한 시각과 장소에서 이루어짐으로써
공권력의 권위를 경찰이 스스로 허물었다는 지적을 낳고
있다. 성동경찰서 한 관계자는 {오후 1시쯤 윤성도
한양대 총학생회 사무국장이 이진구 성동서
형사과장에게 전화를 걸어 와 참고인으로 출석할 학생들이
조사받을 장소를 협의했다}고 밝혔다.

한총련측은 경찰서가
아닌 제3의 장소를 고집했으며, 이에 따라 한양대 총학생회
신모(22)군 등 4명은 한양대 부근 사근파출소로 출두해
보도진의 출입을 통제한 상태에서 조사를 받았다.

경찰은 이에 앞서 4일 밤 11시쯤 성동서 이진구 형사과장 등
수사진 5명을 학생회관 옆 학생복지관으로 보내 한양대
총학생회 간부와 수사 진행을 위한 협의를 벌였다. 경찰은
{본격 수사를 위한 기초자료 수집 작업이었다}고 설명했으나
이 형사과장은 협의 후, {5∼6일 중 참고인 학생들이,
7∼8일쯤 폭행 당사자들이 출두할 것}이라고 밝혀 사실상
수사 스케줄을 한총련측과 사전 협의했음을 시인했다.

경찰은 이 자리에서 {이씨가 입었던 청바지와 상의를 넘겨
달라}고 요구했으나 한총련은 {우리도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며 거절한 것으로 알려져 조직적인 증거 인멸 의혹도
일고 있다.

이에대해 경찰 고위관계자는 {현실적으로 강경한 진압작전을
펴다 불상사가 발생할 경우 당장 경찰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는 것이 사실}이라며 {국민여론 등 현실적인 조건이
뒷받침된다면 원칙적인 수사는 언제라도 가능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