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밀레니엄' '서기1000년' '문명의충돌' 나와 ##.
높은 산에 올라가 망원경으로 세상을 내려다보면 지상에선 보이지 않
는 먼 곳을 조망할 수 있다. 1천년을 마감하는 마지막 10년간에 살고 있
는 우리의 정신세계는 기껏해야 수백년전 사건과 사상으로 프로그램되어
있다. 하지만 새로운 1천년을 맞이하기 위해선 기존 틀과는 다른 '사상
의 망원렌즈'가 필요하다. 이러한 시각을 가능케 하는 세권의 책이 나왔
다.
영국 역사학자 펠리프 페르난데스-아메스토 지음 '밀레니엄'(한국경
제신문사)은 '문명의 주도권 쟁탈'이란 시각으로 지난 1천년 인류역사와
문명의 흥망을 다룬 책. 이 책의 특징은 기존 세계사에서 주류를 차지한
'서양의시대'를 단지 일시적 우세로 보고, 그동안 별로 주목을 받지못한
지역에 큰 배려를 한 점이다. 태평양과 대서양을 오가는 거대한 문명이
동이란 시각에서 볼때 유럽과 미국의 우세는 일시적인 현상일뿐이라는
것이다.
기존의 문화-문명이 세계역사의 지질구조 상판이라면 새로운 시대를
만드는 개척지는 그 거대한 상판들이 서로 스치면서 급격한 마찰을 일으
키는 장소이다. 이 시각에 따르면 13세기에는 프랑스 파리보다 북아프리
카튀니스, 16세기에는 모스크바보다 시베리아, 18세기에는 북경보다 신
장이더 중요한 역사적 장소이다. 낯선 환경에 새로 적응한 이주민, 언어
와 문화의 장벽을 뛰어넘는 수도사, 새로운 시장을 찾아다니는 무역업자
가 역사의 파이오니아로 등장한 것도 이 때문이다.
다음주 나올 프랑스 역사학자 조르주 뒤비 지음 '서기 1000년과 서기
2000년 그 두려움의 흔적들'(동문선)은 중세와 현대라는 1천년의 간격
을 오가며 인간심리의 가장 깊숙한 곳에 자리잡은 두려움의 형태변화를
살피고 있다.
신의 분노로 인한 질병이나 자연재해에 대한 중세인의 두려움은 현대
에도 에이즈나 환경오염 등으로 그 대상은 변했지만 여전히 남아있다.
흑사병과 에이즈는 1천년전의 시차에도 불구하고 전염병에 대한 두려움
에서 인류가 한발치도 벗어나지 못한 것을 보여준다. 신 앞에 선 개인,
타인에 대한 두려움과 고독, 사후세계에 대한 공포 등의 의식변화도 주
목할 만하다. 중세인 자신이 실체를 몰랐던 두려움의 정체를 뒤늦게 밝
히는 과정은 거꾸로 현대적 두려움을 한발 물러서서 그 실체를 투시하는
교훈으로 활용할수 있다.
새뮤얼 헌팅턴 지음 '문명의 충돌'(김영사)도 새로운 1천년을 맞이하
는 우리의 편견, 즉 '근대화=서구화'란 인식의 틀을 깬 명저로 널리 알
려져 있다. 탈냉전이후 세계를 위협하는 새로운 갈등요소로 등장한 민족
갈등을 정리한 이 책은 냉전이후 세계정세 변화를 해석하는 새로운 패러
다임을 제시하는데 중점을 두었다.
세계를 중화-일본-힌두-이슬람-크리스트교-라틴아메리카-아프리카의
7개 문명권역으로 나눈 저자는 이슬람과 아시아가 인구와 경제력을 무기
로 서구중심의 세계질서에서 새로운 강자로 떠오를 것을 주장한다. 정치
이념 대결대신 문명에 기초한 새로운 국제관계의 지형도를 그리고 있는
저자는 새로운 세기를 맞는 현대인에게 좋은 분석틀을 제공한다.
이들 책에서 제시한 지난 1천년 진단은 꼭 들어맞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1백년의 눈으로는 숨어있던 것도 그 시야를 10배쯤 넓히면 서서
히 제 모습을 드러낼지 모른다. 1천년 단위의 책을 읽고 얻는 것이 있다
면 기존의 좁은 시야를 깨뜨리고 세상을 넓고 길게 보는 시야를 획득하
는 훈련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