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천둥번개, 여자는 미풍.'.
프랑스오픈 테니스가 열리는 파리 롤랑가로 스타디움의 현재 기상도다.
8강이 결정된 3일(한국시각), 남자코트는 톱랭커들의 유혈로 얼룩진 반면
여자는 예정대로 톱스타들의 대격돌을 향한 수순이 착착 진행되고 있다.
3일 남자부선 마이클 창(세계2위)과 마르셀로 리오스(세계7위)가 각각
세르기 브루게라(스페인), 히캄 아라지(모로코·55위)에 무릎을 꿇어 8강
진출에 실패했다. 브루게라는 3시간여에 걸친 접전끝에 잦은 실수를 범한
창을 3대1(3대6,6대4,6대3,6대4)로 꺾어 93,94년에 이어 3번째 타이틀을
바라보게 됐다. 아라지는 모로코 역사상 처음으로 8강 진출에 성공한 선
수가 됐다.
16명의 시드플레이어 중 준준결승에 잔류한 사람은 이제 지난해 챔피
언 예브게니 카펠니코프(러시아)와 브루게라 둘 뿐. 지난해 윔블던과 93
년 US오픈에서 3명의 시드 플레이어만이 8강에 잔류한 일이 있었지만 그
랜드슬램사상 이처럼 톱랭커들이 대거 탈락한 것은 처음있는 일이다.
세계최강 피트 샘프라스를 꺾은 '애송이' 마그누스 노르만(스웨덴·65
위)과 우승후보 토마스 무스터를 무너뜨려 대회 최대의 파란을 일으킨 구
스타보 쿠에르텐(브라질·66위)도 무사히 8강을 점령. 알렉스 코레차를
꺾은 벨기에의 필립 드울프는 122위, 스페인의 갈로 브랑코도 111위밖에
안된다.
듣도보도 못한 하위 랭커들이 거센 세대교체의 회오리를 불러일으키는
것.
쿠에르텐은 대회 조직위로부터 자제를 요청받을 만큼 노란색과 파란색
의 알록달록한 차림을 즐기는 신세대다.
여자부는 다르다. 세계1위에 오른 마르티나 힝기스가 파죽의 38연승
으로 승승장구, 8강에 올랐으며 비운의 스타 모니카 셀레스, 왕위찬탈을
벼르는 슈테피 그라프가 모두 8강 대열에 합류했다.
지금껏 부상 등의 이유로 한번도 성사되지 않은 여자 '빅 3'의 진검
승부는 남자톱랭커가 대거 탈락한 이번대회 최대의 흥행카드로 급부상했
다. 대진표상 결승에서 맞붙게 돼있는 힝기스 그라프전이 성사될지도 관
심거리다.
힝기스는 올해 초 호주오픈을 차지하면서 자신의 시대를 선언했고, 무
릎부상에 시달려온 그라프도 컨디션을 되찾아 설욕을 벼르고 있다. 지난
해 고질적인 어깨부상에다 손가락 골절상까지 겹쳐 실의의 나날을 보낸
셀레스도 전성기 못지않은 기량을 과시하고 있다. 드라고미르를 제외하곤
8강에 오른 여자선수들 모두가 시드 배정자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