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광화문 통을 지나다 갑자기 호우를 맞아 당황했다. 화급
히 비를 피해 지하철역 안으로 들어섰다가 우산을 무료로 빌려주는 역
당국의 친절을 만났다. 이름과 전화번호만 알려주고 번듯한 큰 우산을
손에 거머쥔 순간의 경쾌한 심경을 뭣에 비하랴. 흐뭇한 경험이었다.

언젠가 시민봉사 차원에서 실시하고있는 서울시내 지하철역의 무
료 우산대여 서비스가 일부시민의 비협조로 애를 먹고 있다 해서 울적
했던 적이 있다. 신천역이 사들였던 508개중 150개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을뿐 나머지는 돌려주지 않는다는 우울한 소식이었다. 회수율이 겨
우 29.5%로 10명중 7명은 '양심을 돌려주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지난해 4월 신천역장이 20여만원의 사비를 들여 1백개 우산을 비
치했을 때만 해도 회수율은 98%. 주민들이 우산을 기증해와 우산 숫자
가 140개로 늘기까지 했단다. 그러나 그이후 한때 회수율이 급격히 떨
어져 당황했다는 것이다.

우산대여 장부에 전화번호가 있지만 전화독촉도 쉽지 않다. 전화
비도 평소의 두배나 들어 빠듯한 예산에 애를 먹는다. 전화를 걸어도
돌려받는다는 보장이 없다. 더구나 가짜 전화번호를 남긴 '흑심' 에는
맥이 빠진다고 한다.

다시 광화문역. 세시간후 우산을 돌려주면서 물으니 다행히도 회
수율은 95%. 회원제로 운영하면 당장 가입해 우산값을 내서 돕겠다는
열의도 엿보인다니 다행이다. 이처럼 '돌아온 염치'의 푸근함이 대선
자금의 책임을 서로 떠넘기려는 여-야 정치인이나 살벌한 '서로 씹기'
에만 여념이 없는 9용들에겐 왜 번져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