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년 대선자금에 대한 김영삼대통령의 담화에 대해 30일 시민들은
대통령이 좀 더 솔직한 고백과 사과를 하지 않는 것에 대해 실망스런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담화 내용중 '정치 개혁이 좌절되면 중
대한 결심을 할 것'이라는 부분에 대해서는 "앞 뒤가 바뀐 논리"라는
지적과 함께 "깜짝 쇼를 예고하는 것 같아 기분이 좋지 않다"는 반응
을 보였다. 그러나 일부 시민과 기업인들은 더 이상 '과거 들추기'로
국력을 소진해서는 안 되며 올바른 정치 개혁과 경제 재건이라는 미
래 목표를 향해 나가야 한다는 의견을 보였다. '민주 사회를 위한 변
호사모임(민변)'은 "김대통령은 솔직한 고백과 반성의 모습을 기대했
던 국민들을 다시 한 번 배반했다"며 "대통령이 법적 정치적 책임을
지는 극단적 사태를 피하기 위해 대선자금 조성 경위와 총액, 남은
돈의 관리 등에 대해 개괄적으로라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참여민주사회시민연대(참여연대)'는 "뿌리깊은 정치 부패의 구태
를 청산하기 위해 정치 개혁과 경제 개혁 의지를 밝힌 것은 때 늦은
감이 있지만 환영한다"고 말했다. 참여연대는 그러나 "최소한 납득할
수준의 공개도 없이 과거 그릇된 구조와 관행 탓으로 돌리는 것은 문
제의 본질을 희석시키고 책임을 회피하는 태도"라고 비판했다.

택시 운전사 박인상(48)씨는 "정치자금법을 놓고 여-야 합의가 안
되면 중대 조치를 결심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은 사과 말투가 아니다"
며 "대선자금을 공개할 수 없다면 뭣 하러 담화를 발표하느냐"고 말
했다.

하지만 담화 내용이 미흡하더라도 소모적인 정쟁을 중단하고 경제
살리기에 힘을 기울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해진 변호사는 "4년 전에 했어야 할 고백을 뒤늦게 하면서 정확
한 내역을 공개하지 않아 실망스럽다"며 "그러나 이 문제는 여-야 똑
같이 반성해야 할 사안이므로 야당도 가능한 빨리 망국적인 선거-정
치자금의 흐름을 바로잡는 제도 개혁에 동참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
울 문래동에서 철강 판매업을 하는 이근철(45)씨는 "정치인들이 과거
에 얽매여 싸우고 있는 순간에도 중소기업인들은 몇백만원이 없어 부
도를 내고 있다"며 "오늘 담화를 계기로 돈 정치 문화를 청산할 수
있도록 정치력을 모아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