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년 7월 25일 박정희 대통령은 방송을 통해 '중대 담화'를 발표했
다. "개헌 문제에 대해 국민투표로 신임을 묻겠다. 부결되면 나와 정부
는 즉각 퇴진하겠다"는 선언이었다.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 라디오와
TV를통해 방송된 박대통령의 단호한 목소리는 당시를 겪은 이들에겐 아
직도 생생히 떠오른다.
박대통령 시절 국민들은 '특별' 담화나 선언이 나올때마다 깜짝 깜
짝 놀라다 못해 간담이 서늘함을 느끼며 살았다. 72년의 10·17 비상선
언과 비상계엄령 선포, 73년의 10월유신 공표 등 한 시대를 뒤집어놓은
역사적 사건은 대통령의 중대 발표라는 형식으로 국민에게 전달됐다.
87년 1월12일 전두환 대통령은 새해 국정연설에서 개헌문제를 국회
가 조속히 매듭짓기를 촉구하며 "국정 최고 책임자로서 중대결단을 내
려야만하는 상황이 조성되지 않도록" 여-야가 노력할 것을 강조했다.당
시 '중대 결단'의 의미가 뭐냐는데 언론의 초점이 모아졌는데 야당은
'단독강행 이상의 사전 경고'라고 해석했다.
역대 통치자들은 권위 강화와 체제의 유지를 위해 고비 때마다 '중
대선언' '중대결단' '특별담화' '중대뉴스'라는 형식들을 이용했다. 그
가운데는 경고용도 적지 않았다. 정치적 혼란이 야기될 때마다 '북한의
위협'을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해온 것도 사실이다.
김영삼 대통령이 30일 발표한 담화의 '중대 결심'도 통치자로서의
마지막 히든 카드로 보여진다. 그 내용도 궁금하지만, 상투적인 경고인
지 또는 진정한 용단인지에 국민의 관심이 쏠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