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렴치범 만들진 말아달라"…왜 선택됐는지 나도 궁금 ##.

구속된 김현철씨가 선택한 변호인은 서울고법 판사 출신 여상규(49)
변호사였다. 여 변호사는 지난 5월23일 오전 서울 구치소에서 1시간 30
분정도 김현철씨를 접견한 뒤 이날 오후 대검찰청에 변호사 선임계를
제출했다.

여 변호사는 지난 93년 서울고법 판사 시절 어머니의 치료비를 부담
하기 위해 법복을 벗었던 인물이다. 경남고, 서울대 법대 출신으로 77
년 법대를 수석으로 졸업한 여 변호사는 당시까지 법원내에서 줄곧 동
기 중 선두 그룹을 달려왔다. 그는 서울형사지법 단독판사 시절 종말론
을 주장한 다미선교회 이장림 목사 사건을 맡기도 했으며, 현재 사법연
수원 교수로 변호사 실무를 강의하고 있는 실력파 변호사로 꼽힌다.


● 어머니 치료비 마련하려고 법복 벗어
김현철씨측은 한때 흔히 권력형 비리 사건에서 정치인이나 기업인들
이 그랬듯이 대법관이나 검사장 출신의 영향력 있는 변호사를 선임하는
방안도 고려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그러면 가뜩이나 자신에게
불리하게 돌아가는 여론에 불을 지르는 격이 될지 모른다는 데 고민이
있었던 것 같다. 때문에 한동안 저울질이 계속됐고 결국 변호사 선임 자
체도 늦어졌다는 것이다. 여 변호사는 "성실하게 변호해줄 수 있는 평범
한 중견 변호사를 선택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본 것 같다"고 말했다.

여 변호사는 자신의 선임 배경에 대해 "그 전에는 현철씨와 일면식도
없었으며 그 쪽에서 전화가 와서 수임하게 됐다"고 밝혔다. 지난 5월21
일 오후 김씨의 부인 김정현씨가 사무실로 전화를 걸어와 수임을 부탁했
고 다음날인 22일 오전 김씨의 부인과 남동생을 면담한 뒤 수임을 결정
했다는 것이다. 여 변호사는 "누구나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있다
는 원칙론적인 판단을 내렸다"면서 "현철씨 가족들도 가장의 구속으로
고통을 겪는 것은 다른 피고인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여 변호사는
"김씨의 부인은 얼마나 애를 태웠는지 입술이 마르고 눈이 충혈된 채 부
어있어 안쓰러웠다"고 말했다.

여 변호사가 수사 주임 검사인 이훈규 중수3과장과 사시 20회 동기인
것을 고려해 변호사로 선임한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여변호사 자신은 "여러 가지를 고려해서 현철씨 주변의 누군가가 나를
추천했겠지만 누가 했는지 나도 알 수 없는 일"이라면서 "궁금해서 물어
보았지만 (김씨의 부인이) 대답하지 않았다"고만 말했다.

여 변호사는 김현철씨 접견한 결과에 대해 "사건 자체보다 의뢰인과
변호사간에 신뢰를 쌓기 위해 주로 신변 얘기를 많이 나누었다"고 말했
다. 현철씨는 최근 구속 초기의 흥분 상태에서 벗어나 구치소 생활에 서
서히 적응하고 있으며 주로 책을 읽으며 소일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여 변호사는 "현철씨가 심경을 정리했는지 비교적 표정이 밝아보였다"면
서"아버지에 대해 죄송하다는 말을 여러 차례 되풀이했다"고 말했다. 현
철씨는 그러나 "잘못한 데 대해 처벌받는 건 당연하지만 (뇌물이나 받아
먹는) 파렴치범으로 만들지는 말았으면 좋겠다"며 검찰 수사에 대해서는
간접적으로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받은 돈 대부분이 동문 기
업인들이 활동비로 쓰라고 준 정치 자금인 만큼 그 부분에 대한 처벌을
달게 받겠지만 검찰이 억지로 끼워 맞춰서 뇌물로 만들려는 것은 부당하
다는 얘기다.

여 변호사는 "현철씨에게 '이성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 감
정적으로 대처하는 것은 자충수를 두는 결과가 된다'고 충고했다"고 밝
혔다. 그는 또 "(지금까지 거의 하지 않고 있던) 구치소내 운동도 부지
런히 하면서 장기전에 대비할 것"을 주문했다고 말했다.

아직은 사건 내용을 완벽하게 파악 못했다는 여 변호사는 "현철씨가
문제가 된 계기가 한보 사건의 '깃털론'이었지만 수사 결과 현철씨가 전
혀 개입하지 않았다는 것이 입증되지 않았느냐"고 반문하면서 "검찰 수
사에 억지가많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최유식 주간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