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욱환경부장관이 28일 국내 11개 소각로의 다이옥신 측정치를 다
음달 16일께 공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지역주민들의 반발을
고려할 때 공개하기 어렵다'는 지난 23일의 다이옥신대책 발표 때의 입
장을 뒤집은 것이다.

결과적으로는 환경당국은 다이옥신 문제에 관해 갈팡질팡하는 모습
을 보여줬고, 민간단체들의 압력에 굴복했다는 인상도 남기게 됐다. 이
런 결과는 1차적으로는 소각로가 얼마나 예민한 쟁점인가에 대한 판단
미스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또한 다이옥신의 유독성을 놓고 다양
한 견해가 혼재한다는 점이 현재의 혼란을 부채질하는 측면도 있다.

◆ 다이옥신의 유독성 =민간단체들에서 흔히 인용하는 '청산가리
의 1만배 독성' 또는 '수영장에 한방울만 떨어뜨려도 위험한' 등의 주
장은 모르모트에 대한 독성실험에서 비롯된 것들이다. 그러나 모르모트
실험결과를 몸집이 큰 동물들에게 산술적으로 직접 대입할 수는 없다는
것이 최근의 연구결과다. 대표적인 다이옥신 누출사건으로 알려진 76년
의 이탈리아 세베소 화학공장 폭발사고도, 그후 태어난 1만5천여명의
신생아 추적 역학조사에서다이옥신의 영향이 입증된 바 없다.

◆ 환경부 입장 =다이옥신에 대한 공포가 과장돼 있으며 따라서 지
나치게 예민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다는게 실무책임자들의 얘기이다. 고
윤화폐기물시설과장은 "일본은 다이옥신 농도가 ㎥당 80나노g(나노g=10
억분의 1g)을 넘어서야 소각로 폐쇄 등 긴급조치를 취한다"고 주장했다.
환경부는 따라서 최고 23.12나노g으로 측정된 국내 소각로에 대해서 당
장 가동중단 등 조치를 취할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환경부는 올 7월부터 기존 설비는 ㎥당 0.5나노g, 신 설비는
0.1나노g을 권장기준치로 설정하고, 차츰 이를 강화시켜 2002년부터는
0.5나노g을 달성하지 못할 경우 시설을 폐쇄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보
기에 따라서는 대단히 이율배반적인 정책방향이다.

◆ 외국의 경우 =일본은 0.5나노g을 '권장 기준치'로 설정하고 있
다. 반면 독일 등 유럽국가들은 0.1나노g을 '규제 기준치'로 정하고 있
으며, 특히 독일은 이를 초과할 경우 폐쇄나 가동중단 등 조치를 취하
고 있다. 만일우리가 독일에 준해서 규제를 가한다면 현재 11개 소각장
중제대로 가동할 수 있는 곳은 목동 신 소각로밖에 없다. 독일은 향후
기준치를 0.05나노g으로까지 낮춘다는 계획이다.

◆ 국내 소각로의 현실 =의정부 대구성서 부천중동 등 3곳은 기존
설비 기준치의 20배인 10나노g을 초과한다. 특히 대구성서와 부천중동
은 각각 92년과 95년에 가동을 시작한 신 설비라는 점이 충격을 주고
있다. 성남의 소각로도 측정치가 상당히 높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책임자였던 포항공대 장윤석교수는 "농도가 높게 나타난 소각로
들은 백필터와 선택적촉매장치 등 방지시설을 갖추지 않았다는 공통점
이 있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이들 설비를 새로 갖추는데 30억∼40억원
의 경비가 소요된다고 보고 있다.

◆ 다이옥신 대책 =독성에 대한 과학적 평가가 장래 어떻게 매듭
지어질 것인가와는 별개로, 다이옥신은 이미 '공포의 대상'으로서의 실
체를 인정치 않을 수 없는 상태이다. 따라서 다이옥신 문제를 건너뛰고
서는 2000년대소각률을 20% 이상으로 높인다는 정부의 목표는 실현 불
가능한 실정이다.

또한 다이옥신은 다른 오염물질들의 지표적 기능을 갖고 있다는 점
도 감안해야 한다. 소각로 배기가스중에는 과학자들이 알지못하는 수많
은 유기화학물질들이 포함되어 있으며, 다이옥신을 줄이게 되면 결과적
으로 이들 오염물질의 농도도 낮아지게 된다.

또한 환경부의 이번 측정조사가 소각장 운영자들의 충분한 대비가
있는 가운데 시행된 것이라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 장윤석교수는 "평소
의 농도는 이번 측정치보다 훨씬 높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환경부
의 정책은 이런 점까지를 종합한 것이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 한삼희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