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기관리할 핵심세력 없는게 큰 문제 ##.
"이러다 다 망하는 것 아니냐.".
신한국당의 한 재선의원은 청와대가 대선자금 입장 표명을 놓고 오락
가락하다 '대통령의 담화'로 최종 결정을 한 27일, 자조를 섞어 푸념했
다. "지금 이 나라를 끌고가는 중심축이 누구냐. 여권은 또 누가 주도
하고 있는 것인가. 의원들끼리 서로 던지는 질문이지만 아무도 대답하는
사람이 없다. 실제로 지금 여권의 축대가 무너져버린 것 아니냐. 도대체
몇개월이냐. 선장없이 난파선처럼 청와대, 정부, 신한국당이 표류하기
시작한지가….".
다른 의원들도 마찬가지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는 "야당할 준비해
야되는 것 아니냐"는 '농반진반'의 얘기가 나돌고 있다. 중심을 못잡고
허우적거리는 대통령과 청와대참모들에 대해 안타까움을 넘어 울분을 토
로하고 있는 분위기이다.
당은 당대로 엉망이다. 대선후보들끼리 '이회창 대 반이회창' 진영으
로 갈려, 서로 물어뜯는 진흙탕싸움이 날로 가열되고 있다. "여야가 바
뀐 것 같다. 야당은 조용한 전당대회를 치르고, 여당은 적앞에서 사생결
단의 권력투쟁을 해대니…." 한 대선 예비주자는 현 상황을 "6·25이후
우리나라와 여권이 맞는 최대 위기"라고 규정했다. 정치의 중심축 붕괴,
꺼져가는 경제, 안보위기, 사회혼란 등 해방후 처음 겪는 누란의 위기라
는 것이다.
여권관계자들은 정부나 신한국당내에 난국을 헤쳐나갈 권력의 '코어
그룹'이 없다는 점을 더 심각하게 보고 있다. 5, 6공시절 요직을 지낸
한 인사는 "79년 10·26 이후의 5공출범초나 87년 6·10항쟁 때는 정국
이 위기였지만 그래도 책임지고 문제를 풀려는 집권세력이 있었다"고 했
다. 그러나 김대통령이 아들 현철씨 문제와 92년 대선자금 문제로 인해
국정의 중심축 기능을 상당부분 상실한 상황인데도 이를 주도할 그룹이
없는데다 ▲임기말 레임덕 ▲대선을 둘러싼 권력투쟁으로 인한 에너지의
분산으로 여권이 공중분해되고 있다는 것이다.
현 여권내에서 요직에 있는 한 인사의 말을 들어보자. "청와대가 계
속 타이밍을 놓쳐 점점 수렁으로 빠지고 있다. 한보사태 때 현철씨 사법
처리가 그렇고, 대선자금 입장표명이 그렇다. 적절한 시점을 놓치고, 혹
시 상황이 반전되지 않을까 여론동향만 살피다 일을 그르치고 더 악화시
키고 있다." 그는 최근 김대통령과 이회창대표가 밝힌 대선자금 공개불
가 입장도 너무 안이했다고 지적했다. 그런 식으로 적당히 넘어갈 수 있
으리라고 판단했다면 민심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처사이고, ▲이대표에
게 상처를 줘가면서 일을 추진한 김대통령 ▲이를 덥석 받은 이대표측
모두가 '위기관리능력 부재'라는 것이다.
또 청와대 수석들이 최근 대선자금 뭉개기의 일환으로 겁주기성 공직
자-자치단체장 사정 카드를 끄집어냈다가 야당의 반발이 거세지자 '일단
철회', '재추진'등으로 오락가락한 것도 표류국면의 한 증좌라는 지적이
다.
다른 대선주자들도 마찬가지이다. 이대표가 대선자금 총대를 메기전
에는 집단 회동해 '더이상 대선자금을 정치자금화해서는 안된다'고 합의
문까지 발표해놓고 지금에 와서는 당지도부를 비난하고 있다. "이렇게
가다가는 정권재창출은 커녕 나라마저 거덜내는 것 아니냐"는 푸념이 여
권 도처에서 흘러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