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포수 김동수(29). 프로야구 선수라면 누구나 "왕년엔 나도 최고
였다"고 자랑할 고교 시절이 있겠지만 그 만큼 화려한 '과거'를 가진 이
도 드물다. 서울고 3학년이던 85년 40회 청룡기를 비롯, 84, 85년 2년
동안 4개 대회에서 MVP(최우수 선수)로 뽑혔다. 고교야구 초유의 기록.

"85년 그해 첫 대회인 대통령배에서 우승한 뒤 우리끼리 '전관왕을
해 보자'는 의욕이 대단했어요. 하루에 1천개씩 배팅 연습을 했으니까
요".

당시 주축은 강남중 동기생들. 박형렬(전 OB 투수), 이용호(전 쌍
방울 투수), 임형석 등이 84년대통령배, 봉황대기 2관왕을 차지하며 78년
이후 쇠퇴기에 접어들었던 서울고 '전성시대'를 열었다.

당시 '베스트 나인' 가운데 현역으로 남은 이는 김동수, 임형석뿐
이다. 85년 청룡기 본선은 '스타 워즈'였다.

서울고 왼손잡이 에이스 박형렬(전OB 투수), 시속 140㎞가 넘는 강
속구를 뿌려댄 부산고 박동희(롯데), 동산고 정민태(현대)의 마운드 대
결. 포수로는 군산상고 최해식(해태), 동산고 장광호(현대), 광주일고
정회열(해태)이 경쟁 상대였다. 3번 타자였던 김동수는 임형석(롯데),
이용호(전 쌍방울)와 '트리오'를 이뤄 인천고 김경기(현대), 부산고 이
종택(은퇴)과 타격전을 벌였다.

"제가 특별히 잘 친 것은 아니었어요. 준결승까지 11타수 10안타
를 친 부산고 이종택이 제일 무서운 타자였어요.".

당시 김동수는 경기때마다 결정적인 한 방씩을 터뜨렸다. 경남상
고와의 1회전땐 선제 2점 홈런, 2회전에선 경북고 최창호(현대)를 상대로
3회 역전 2루타를 날렸다.

가장 큰 고비였던 동산고와의 준준결승. 3대3으로 팽팽한 균형을
이루던 8회 말 선두 타자로 나와 2루타를 친 뒤 임형석의 안타로 1점을
추가, 승리의 주역이 됐다.

투수전이었던 부산고와의 결승전. 완투한 박형렬과 '황금 배터리'
를 이뤄 이종택의 '신들린 방망이'를 4타수 무안타로 잠재웠다. 박동희의
강속구에 눌리다 때린 1개의 안타가 결승 타점. 3대2로 힘겨운 승리를
거두며 서울고가 처음으로 청룡기를 차지하는 감격을 맛봤다.

"온 세상이 모두 내 것처럼 느껴지더라구요.".

MVP 트로피를 받는 사진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그의 표정에서 당시
의 감격이 느껴졌다. 한양대에 진학한 그는 87년부터 89년까지 국가대
표 4번 타자를 맡으며 강타자로 군림했다. 그 뒤 90년 프로야구 LG에
입단하자마자 정규리그에서 팀을 우승으로 이끌며 신인왕. 올해로 프로
생활 8년째.

고교때의 천진난만함을 그대로 간직한 채 LG의 '안방 마님'으로 공
격을 주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