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연합회는 국내 51대 재벌이 진 은행빚이 1백69조원에 달한다고
했다. 서민들로선 도대체 이만한 돈이 얼마나 큰 돈인지 짐작도 안간
다. 대충 어림잡으면 이렇다. 우리나라의 통화량(현금통화와 예금통화
의 합계)이 작년말 현재 37조원에 가까우니 재벌차입금은 통화량의
5배에 약간 못미치는 셈이다.

통화량에 저축성 예금과 거주자 외화예금을 더한 총통화가 1백74조
원이니 재벌차입금은 총통화와 맞먹는다. 이 거대한 차입규모는 우리
경제가 한마디로 빚더미 위의 누각임을 단적으로 입증한다.

한국경제가 90년대 이후 급격히 효율성을 잃고 경쟁력이 떨어진데
는 기술제약과 임금상승등 여러 요인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빚
더미 구조야말로 가장 심각한 장애요인임을 한눈에 알 수 있다. 심지
어 10여개 재벌은 물건팔아 버는 돈보다 은행빚이 더 많은 지경이니
도무지 경쟁력과는 거리가 멀 수 밖에 없겠다.

빚이 많으니 자기자본 비율이 낮을 수 밖에 없지만 자기자본 비율
이 20%도 안되는 재벌이 태반이고 심지어는 자기 자본을 모두 까먹은
재벌들도 생겨났다. 이러니 아무리 만들고 팔아도 차입금 이자갚기에
급급할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이러고도 재벌들은 입만 열면 고금리타령이니, 본말이 전도되어도
한참이다. 빚이란 빚은 한껏 얻어 문어발을늘려놓고 금리 높아 사업하
기 힘든다니 국민들은 어리둥절할 수 밖에 없다. 재벌빚만 줄이면 금
리는 저절로 떨어지고 통화도 줄어 물가도 안정되는것이 자연의 순리
다. 이 순리를 어기는데서 우리 경제의 모든 병폐가 생겨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