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농증이라며 아이를 데리고 오는 부모가 많다. 대개 증상은 콧물,
재채기, 코막힘, 코 가려움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렇게 찾아오는
아이들 대부분이 실제로는 축농증이 아니라 비염이다.
축농증은 의학용어로 부비동염이라 한다. 얼굴 광대뼈 속에는 구멍
이 하나 뚫려 있다. 부비동이라는 이 구멍에 염증과 고름이 생기는 병
을 부비동염이라 한다. 얼핏 생각해도 광대뼈 속에 고름이 고였다 해서
재채기를 하고 코가 가렵거나 코가 막힐 리는 없지 않겠는가. 이런 증
상들은 모두 비염에 의해 나타난다.
다만 콧물은 부비동염과 비염 어느 경우에나 나타나는 증상이다. 부
비동과 코 사이에는 이 두 부위를 연결하는 구멍이 하나 있다. 부비동
에서 생긴고름이 일단 코 속으로 빠져나오고, 이것이 다시 코 밖으로
흘러나오는 것이다.
그러나 콧물은 대부분 비염 때문에 생겨 밖으로 흘러나오는 것이다.
부비동에서 생긴 고름은 목 뒤를 통해 위장속으로 넘어간다. 아이를 진
찰할 때 목 속을 들여다보면 하얀 코 같은 게 목 뒤로 넘어가는 것을
자주볼 수 있다. 이것이 부비동에서 생긴 고름이다. 고름이라고는 했지
만 부비동 고름은 일종의 점액이기 때문에 보통 흰색을 띤다. 코로 나
오는 누런 콧물은 코 자체에서 생산됐거나 부비동에서 생긴 것이 코 속
세균에 의해 변질된 것이다.
비염과 부비동염 치료는 서로 다르기 때문에 잘 구별해야 한다. 한
가지 이상한 점은 대부분 부모들이 "댁의 아이가 앓는 병은 비염입니다"
하면 별 다른 내색을 않다가도 "축농증입니다"하면 깜짝 놀란다. 축농
증이 비염보다더 무서운 병으로 알고 있는 모양이다.
물론 둘 다 고쳐야 하는 병이지만 부비동염이 문제가 되는 것은 여
기서 나온 고름이 아이가 잠든 사이 폐로 흘러들어가 기침병을 만들거
나 천식을 악화할 때 뿐이다. 따라서 천식도 없고 기침도 하지않는 아
이라면 X선 사진에 부비동염이 나타나더라도 별로 문제될 게 없다.
< 이기영·연세의대 소아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