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92년 대선자금의 규모를 현실적으로 밝힐 수 없다'는 김
영삼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야당측의 강력한 반발에 당혹스러워 하면서
도 '어쩔 수 없다'는 입장에서 정국 추이를 주시하고 있다.

이회창 신한국당 대표의 입을 통해 발표된 것이긴 하지만, 앞으로
김대통령이 다시 언급을 하더라도 그 이상의 이야기는 사실상 하기 어렵
다고 청와대 참모들은 토로하고 있다.

그러나 참모들이 당면한 문제는, 국민들이 이 대표를 통해 간접적
으로 전해진 김 대통령의 발언형식과 내용을 수용하기 어렵고, '사정'에
대한 야당측 피해의식까지 겹쳐 정국이 크게 꼬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 것.

김 대통령 자신이 더 할 이야기는 없다 하더라도 대선 당사자로서
직접 국민 양해를 구하는 진솔한 자세를 보여야 할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으나, 그 효과에 대해선 역시 확신을 갖고 있지 못하다고 25일 한 고위
관계자는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들에 따르면, 김 대통령이 스스로 '자신은 빠지고 이
대표를 내세워 이 문제를 언급하는 방안'을 생각하지는 않은 것 같다.

한 관계자는 이대표가 23일 주례보고때 발표문안을 만들어 왔고,
김 대통령도 "사실 다른 방법이 없다"며 동감을 표시해 '김 대통령발언을
이 대표가공개하는 형식'으로 발표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때까지 청와대 참모들은 대선자금 문제에 관해 국민들이 만족할
답을 내놓기 어렵다는 점 때문에 김대통령의 '입장 표명' 여부를 고심하
고 있던 차에 이 대표가 이 문제에 능동적 '기여'를 하겠다고 나선 것이
결과적으로 그렇게 됐다는 설명이다.

물론 이것은 김 대통령의 요청에 이 대표가 고심했다는 신한국당
관계자들의 설명과는 큰 차이가 있다. 앞으로 이 문제에 김 대통령이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에 대한 청와대 참모들의 의견은 크게 두 갈래다.

하나는 어찌됐든 이 대표가 '입장 표명'을 했으니 이대로 버티자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같은 이야기라도 다시 김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설
명하고 호소하는 기회를 가져야 한다는 쪽이다. 아직 결론은 없으나
겉보기로는 전자쪽이 다소 우세하다.

그러나 청와대 관계자들은, 이 문제가 하필 '사정 방침과 얽히게
된것은 전혀 우연일 뿐이며, 사정에는 정치적 의도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
고 있다.

사정은 지난 몇 달 간 느슨해진 공직사회의 기강을 다잡자는 것이
었을 뿐 다른 정치적 복선이 없으며, 야당 인사를 표적으로 하는 것도 아
니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