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당 범민주계 모임인 정치발전협의회(약칭 정발협)가 발빠르
게 움직이자, 이 모임과 김영삼대통령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란 물음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정발협이 김대통령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냐,
아니냐는 의문들인 것이다. 김대통령과 직결된 움직임이라면 물론 간단
한 사태가 아니다.

정발협이 세력을 모아 대통령후보로 누구를 밀 것인가, 그리고 그
경우 어느 정도 결속력을 유지할 것인가 등등이 모두 김대통령의 결심에
따라 좌우되는 것이다. 거꾸로 김대통령과 무관하다면, 정발협의 파괴
력에는 한계가 따르게 돼있다. 청와대나 정발협측은 '관계없음'을 강조
하고 있다.

김대통령은 경선에서 엄정 중립을 지킬 것이며, 정발협 역시 김대
통령의 그런 뜻을 훼손하지 않을 것이란 주장이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
지나 공식적인 발언일 뿐, 실제로는 양측간 교감이 오가고 있을 것이란
관측이 적지 않다. 그런 징후들도 있다.

정발협 간사장을 맡고 있는 서석재의원의 경우 수시로 김대통령과
전화연락을 하고 있다는 전언이며, 민주계 중진들 상당수가 이미 청와대
를 다녀온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서의원은 지난 8일 이회창대표가 청와대를 다녀와 분파행동
자제란 김대통령의 지시를 전했을 때, 전혀 개의할 것 없다는 자세를 취
했다. 김대통령으로부터 별다른 말씀이 없었다는 게 측근들의 주장이다.

정발협에서 김덕룡의원 배제론이 제기된 시점도 예사롭지 않다.이
문제는 4월28일 민주계 17인 중진회동에서 본격 거론되기 시작했는데 바
로 직전 며칠동안 민주계 중진들이 청와대를 다녀온 것으로 확인됐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정발협 관계자들이 자신들 뒤에 김대통령이 있
는 것처럼 흘리는 것은 세력확장용일 뿐이라고 반박한다. 그러나 정발협
에 대한 청와대내 기류가 우호적인 것만은 사실이다.

한 고위당국자도 "공식적으로는 (정발협과)관계가 없지만 심정적으
로는 공유하는 대목이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김대통령이 엄정중립을 표방하기는 했지만, 자신의 정치기반인 민
주계가 뭉쳐 역할을 하겠다는데 굳이 막을 이유가 없다는 주장이기도 했
다. 김대통령이 정발협을 자신의 뜻을 간접 전달하는 통로로 활용할 가
능성이 높다고 주장하는 이도 있다.

물론, 김대통령이 아무리 은밀히 지침을 내리려 해도 보안을 유지
할 수 없는게 당내 실정이므로, 정발협을 김심활용의 도구로 사용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따라서 아직은 정발협의 '정체'를 정확
히 파악하긴 어렵다. 하지만 정발협의 선택이 최소한 김심과 배치되
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에는 별다른 이견이 없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