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경=이혁재기자】 89년 11월부터 일본의 국기 '스모'(=일본식
씨름) 경기장은 항상 '만원사례'였다. 그 호황이 666일만인 12일 막을
내렸다. 스모계에 반성과 위기감이 팽배하다. 경기장 천장에 '만원어
례'란 현수막을 아래로 내거는 전통은 1921년 시작됐다. 예매 등을 통
해 표가 매진되면 현수막은 걸렸다.

도쿄 경기장인 국기관(정원 1만1천98명)은 1만명을 넘어서면 현수
막이 걸렸다. '백금 종이'로 불리는 스모 입장권이 남아돈 최대 원인을
불황에서 찾는사람이 많다. 입장권은 20개 스모안내소에서 판매되지만,
실제로는 기업들이 80%이상을 장기계약으로 '밭뙈기' 구매해왔다.

장기불황에 따른 VIP접대비용 삭감이 만원행진 중단을 초래했다는
것. 스모협회가 자체 제정한 규칙이 재미없게 만들었다는 분석도 있다.

대표적 사례로 '같은 클럽(해야) 소속이면 우승자 결정전 외에는
대전하지 않는다'는 규칙. 이 규칙을 악용해 강적들은 후다코야마란
명문클럽 아래 집결했고, 어떤 우여곡절이 있어도 우승자는 9할의 확률
로 다카노하나로 고정됐다. 결과는 명승부 소멸과, 팬들의 식상이었다.

여기에 명승부를 연출할 '미래의 스타'가 스모계의 폐쇄성으로 배
출되지 못했다. 아무나 뛰어 오를 수 있는 레슬링 무대와 달리, 잔심
부름부터 시작하고 선배말 잘 들어야 경기할 수 있는 스모계.

요즘 몽골출신 교쿠슈잔, 하와이 출신 아케보노, 무사시마루가 인
기의 근원이었으나, 순수 일제가 아니란 점에서 도제제도의 폐해를 보
여준다. 이제 스모 선수가 되겠다고 나서는 젊은이도 93년 223명을 정
점으로 지난해엔 140명으로 격감했다.

거구이면서도 움직임이 빠른 NBA(미프로농구) 선수들에 매료된 일
본 젊은이가 둔한 스모에 고개를 돌리는 것은 당연하다는 분석도 나온
다. 고수들이 겨루는 마쿠우치 경기의 평균신장 184.7㎝, 평균 체중
155.7㎏로는 도저히 기대할 수 없는 민첩함이다. TV시청률은 93년 17.5%
를 끝으로 지난 11일 13.6%까지 떨어졌다.